미국 주가의 폭락으로 국제환율과 자금시장의 흐름에도 일대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달러화가 기조적인 약세로 돌아서고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려 채권값이 오르면서 국제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 러시아위기 때부터 표면화 돼있다.

미국 국채(TB) 가격은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초강세로 돌아섰으며 러시아의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달러시세는 줄곧 약세를 보였었다.

<>달러약세 반전=환율동향은 당장 1일의 시황에서 나타난다.

이날 도쿄 시장에서는 엔화와 마르크화가 초강세로 돌아섰다.

엔은 전일 달러당 141.52엔에서 수직상승한 달러당 138.75엔을 기록하는등
일거에 1백30엔대로 진입했다.

마르크 역시 지난 주 달러당 1.80마르크에서 이날 1.75마르크로 올라섰다.

말레이시아 링기트등 아시아 지역의 통화도 하나같이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미국 주식시장의 대폭락은 지난 수년간 세계 금융시장을 규정해왔던
달러강세 현상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일부 분석가들은 연말까지 엔시세는 달러당 1백20엔대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달러에 대한 매수세가 현저히 꺽이고 엔화와 마르크화 특히 내년에 공식
출범할 유러화등에 대한 다양한 수요를 불러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미국 정부가 주가폭락을 의식해 금리인하등 보다 적극적인
경기대책을 내놓을 경우 달러약세는 더 심해진다.

지난 95년4월 달러당 79엔에서 시작된 엔저는 이제 기조적인 달러약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사카키바라 일본 대장성 재무관은 "엔자체의 강세 요인보다는 달러
약세 요인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하고 "이런 새로운 상항전개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금리 하락=미국의 주가상승이 한계에 왔다고 우려한 펀드매니저들이
보다 안전한 투자처인 채권으로 자금을 옮겨가고 있다.

이로인해 미국채 30년물(TB)의 수익률은 연5.236%로 최저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가격으로는 1천달러당 14.9달러가 오르는 급등세였다.

10년물의 수익률은 연5%대 이하로 곤두박질쳐 4.948%를 기록했다.

장기금리가 하루짜리 콜금리(연5.5%)보다 낮아 졌다.

채권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며 동시에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돼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본 국채 역시 초강세다.

일본국채 10년물은 1일 도쿄증시에서 연0.995%의 수익율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밑으로 내려서는 강세를 기록했다.

일본의 장기금리가 연 1%이하로 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선진국의 채권에 대한 수요가 몰리는 와중에서도 경제상황이 좋지않은
개도국 채권들은 계속 외면당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경제 악화의 여파를 탈 것으로 예상, 투자가들이 기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되면 선진국 채권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개도국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양국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