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은행감독원이 "돈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은감원은 "한꺼번에 1조원 안팎의 뭉칫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반면
한은은 "어림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따라 9월 중순으로 예정된 은감원의 이삿날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발단은 이렇다.

한은은 은감원 설립기금과 매년 운영경비를 지급토록 법에 규정돼 있다.

한은은 따라서 은감원이 분리될 때 1천억원가량을 지급한 뒤 매년 소요
경비를 정산, 지급키로 했다.

반면 은감원은 어차피 돈을 줄 바에야 한꺼번에 달라는 것.

1조원 가량을 출연, 기금을 설립하면 거기에서 나오는 이자(매년 1천억원
가량)로 알아서 살겠다는 주장이다.

은감원은 기금을 설립하면 한은에 매년 손을 벌려야 하는 구차함도 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감원은 한은의 통화증발우려에 대해서도 "통안증권을 발행해 묶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은 입장은 단호하다.

1조원의 기금을 만들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소요경비도 계산하지 않고
선뜻 돈을 내줄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은과 은감원의 주장이 워낙 첨예하게 맞서 자칫하면 9월 중순으로 예정된
은감원 이삿날이 연기될 가능성도 높다.

돈문제가 확실하지 않으면 방을 비워 줄수 없다는게 은감원의 확고한 입장
이기 때문이다.

올초까지만해도 한솥밥을 먹던 중앙은행과 감독기관의 "파워게임"이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