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시장 혼란의 파국적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국제경제계는 해법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물론 일거에 상황을 반전시킬 묘안은 없다.

워낙 증세가 심한데다 나라마다 상황도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도 결정적인 상황에선 맥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래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상황에서 단기적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바로
미국의 금리인하라는 시각이다.

말하자면 미국의 책임론이다.

지난 1년 반동안 지속돼온 미국의 고금리정책이 세계금융시장 붕괴의 말미를
제공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높은 금리로 국제자금이 미국시장으로 몰려 엔화 등 각국 통화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미국이 해결사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지 소르스가 이끄는 미국 퀀텀펀드의 투자책임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미국이 금리인하를 통해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하면 국제금융시장의
패닉(공황)상황이 수그러들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증권회사 베어스턴스의 수석분석가인 데이빗 맬퍼스도 같은 의견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자연히 달러가치도 하락,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당장 미국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둔화된다.

미국과 일본간의 금리차가 좁혀져 일본내 자금이 미국으로 덜 빠져 나가게
된다.

미국 금융상품의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 최근들어 심해지고 있는 신흥시장
에서의 국제자금 탈출도 진정될 수 있다.

미국 금리가 떨어지면 달러도 약세로 돌아서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의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을 되찾을 수도 있다.

달러약세-엔화회복-동남아통화가치 안정-러시아 루블 폭락세 진정-중남미
및 동유럽통화 안정이 선순환으로 이어지면 시장은 다시 원래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

각국의 증시폭락도 멈추게 할 수 있다.

미국과 함께 능동적인 역할을 주문받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신속하게 내수부양과 금융개혁에 나서라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은 복잡한 정치경제 상황때문에 당장 이런 처방을 쓸 수 없는
형편이다.

설사 쓴다해도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결국 중장기적인 처방 밖에 안된다.

결국 미국의 금리인하로 시선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미국이 지금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상태인가 하는 점이다.

러시아와 국제시장의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지금이 금리를 내릴 때라는
견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각종 산업활동지표들이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증시도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얘기다.

물론 아직 때가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미국경제 상태가 아직은 양호하고 물가불안 우려도 살아있기 때문에 좀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정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여론은 미국의 "책임 통감"을 종용하고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