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이 중심이 된 전경련 태스크포스가 가동된 지 10여일이 지났다.

빠르면 이달말, 늦어도 다음달 10일까지로 공표해 놓은 사업구조조정
발표날짜도 코앞에 다가왔다.

태스크포스는 언론의 눈을 피해가며 최종 합의를 위한 의견조율을 벌이고
있다.

그럴듯한 루머도 돌고 있다.

"산업연구원 방안대로 가고 있다" "2개 업종에선 그야말로 큰딜이
이뤄진다"는 등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기업들이 "억지로" 합의는 하겠지만 이후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별 준비상황

각 그룹들은 지난주초 계열사별로 정예요원을 차출, 구조조정추진팀을
구성했다.

모이는 곳은 호텔 등 외부와는 철저히 차단된 장소다.

10명 내외로 구성된 이 팀은 기존 구조조정본부와는 전혀 다른 조직이다.

부사장 내지 전무급이 팀장을 맡고 있다.

부장급 2~3명은 대외 전담자로 타그룹과 연일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다.

전경련은 중재자로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각사 구조조정본부장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는 2~3일에 한번은 모임을
갖고 있다.

<>어떤 업종이 협상대상인가

1차 구조조정안에 포함될 업종은 확정됐다.

그러나 전경련 태스크포스는 종업원 주주 외국인 등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해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을 주요 업종을 포함되고 5대그룹이 할 수 있는
것만 한다는 게 전경련의 원칙이다.

5대그룹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업종 내지 사업은 몇개 안된다.

자동차 가전 반도체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중장비 등이다.

이들 업종만으로 조정이 안될 경우 하위그룹들이 참여하고 있는 항공
철도차량 석유화학 정유 등이 포함된다.

<>어디까지 합의했나

태스크포스 간사인 손병두 전경련부회장은 최근 "지금까지 보도는
대부분 거짓말이거나 추측을 기사화한 것"이라고 말해 기업간 "합의"가
막판에 가서야 성사될 것임을 시사했다.

모그룹 관계자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기아자동차 낙찰자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합의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각 기업이 정리가 불가피하거나 처분하고 싶은 사업을
내놓고 서로 의견교환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현대는 항공 석유화학 철도차량 등을, 삼성은 항공 백색가전 TFT-LCD
(초박막액정표시장치) 등을 "논의 가능한" 사업으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는 항공과 철도차량을, LG의 경우는 정보통신 및 유화업종에서 일부
사업을 교환대상으로 내놓았다는게 정설이다.

특별히 내놓을 것이 적은 SK는 가스사업을 구조조정안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불거지는 회의론

재계 일부에선 기업들이 억지로 합의한다고 해도 나중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정부 차원의 금융 및 세제상 지원조치가 마련돼있지 않다는 점이
이유다.

"선합의 후정산"의 방식을 택해 합의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실제 계약까지
가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그럴 경우 언제든 합의는 깨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5대그룹만이 사업구조조정을 벌이는데 대해 하위그룹들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업문제도 복병이다.

인수합병이나 공동법인 설립의 경우 중복인력의 감축은 불가피하다.

해당회사는 분규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