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달러화가 심상찮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엔이나 루블화의 등락에 전세계의 시선이 쏠린 사이 소리없이 그러나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캐나다 달러의 절하폭은 거의 6%에 육박한다.

선진국 가운데선 가장 두드러진 약세다.

지난 2개월 동안은 거의 매일 사상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1.49캐나다 달러는 무너진지
오래다.

지난 21일에는 급기야 1.5502캐나다달러까지 곤두박질쳤고 24일엔
1.55선에서 혼조세를 보였다.

이들들어서는 중앙은행이 거의 매일 시장에 개입했지만 방어벽은 사정없이
밀려났다.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금리를 올려서라도 즉각 통화가치 하락저지에
나서라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현재 캐나다의 우대금리(프라임 레이트)는 6.5%.미국의 8.5%보다
2%포인트나 낮다.

네스비트 번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셰리 쿠퍼는 "양국간 금리차로
자본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S&P의 금융분석가인 제프 체아도 "이대로 가다간 1.60달러 선이 뚫리는
것도 시간문제"라며 "정부가 모종의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나다 정부의 고민은 그러나 통화가치 하락을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사실 캐나다 달러가치 폭락은 주로 외부적인 요인에서 촉발됐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자원대국인 캐나다의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줬다.

여기에 주요 수출시장인 일본및 아시아국가들의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경상수지 적자폭은 날로 불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섣불리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판국에 금리인상은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기 때문.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지난 4월 제로성장에
그친데 이어 5월엔 마이너스 0.2%로 꺾였다.

일부 경제학자들도 캐나다화 약세가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

수출증대효과와 함께 외국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긍정적인 측면을 봐야
한다는 논리다.

캐나다화 평가절하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한
인플레 기미가 없는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

통화가치 하락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적어도 한가지
점에서만은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통화가치가 언젠가는 시장원리에 따라 균형을 찾겠지만 당분간은
캐나다화의 하락행진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 뱅쿠버=정평국 특파원 int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