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은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이다.

지난 3월말 현재 1백82만부를 발행한다.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를 합친 규모다.

우리의 관심은 이 신문의 편집 방침이다.

대부분 한국 신문들이 1면 톱기사로까지 다루었던 O.J.심슨 치정살인
사건을 이 신문은 끝까지 취급하지 않다가 막판에 조그맣게 다루었다.

다이애나 사망 소식도 그랬고 문제의 클린턴 섹스스캔들도 대배심 증언이
있던 18일에야 간단한 해설기사로 처리했다.

그러나 한국 언론들은 이 어이없는 섹스 스캔들을 정말 열심히 보도해 왔다.

18일자에는 드디어 한면을 통째로 이 사건에 할애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러시아가 루블화를 평가절하했을 때 본지를 제외한 대부분 한국
언론들은 루블화 절하율을 "50.8%"라고 썼다.

본지만이 "33.6% 절하"라고 보도했고 이 때문에 많은 독자들이 문의전화를
걸어왔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루블화는 "6.3분의 1달러"에서 "9.5분의 1달러"로
33.6% 절하됐다.

9.5루블을 6.3루블로 나누어 이를 통화가치 절하율이라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무지의 소치다.

이같은 오보들은 외환위기를 당한 끝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까지 받고
있는 나라의 언론보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섹스 스캔들은 대문짝만하게 다루면서 루블화 절하의 수치조차 계산하지
못하는 언론의 태도가 바로 우리사회의 지적 수준과 관심의 범위를 웅변하고
있다.

정규재 < 국제부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