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혈압환자와 성생활 ]]

"잡숫고 계신 약이 있습니까"

"혈압이 좀 높아서 1년전부터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요즘 혈압은 얼마나 됩니까"

"약을 먹어서 1백40/90정도 유지됩니다.

사실 혈압보다 더 고민되는게 있어서요...

약을 먹은후로 성욕과 발기력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필자는 내과 전문의와 상의해서 혈압약을 바꿔 보고 짜게 먹지 말며 매일
조금씩 뛰는 운동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한달후에 환자를 다시 만났다.

"요즘 좀 어떠십니까"

"박사님 권유대로 동네에서 테니스하며 조심스레 운동을 시작했지요.

이제는 혈압약을 끊고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운동과 식사요법만으로 가벼운 고혈압은 좋아지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또
올라가니 꼭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야 합니다"

이미 혈관이 탄력성을 잃은 악성 고혈압일때에는 운동이 위험하지만 초기의
고혈압증세는 꾸준한 운동이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혈압조절효과까지
나타낸다.

이 환자처럼 약끊기가 수월한 경우가 있는가하면 장기간의 약물복용으로
스스로 성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K씨는 약을 끊으면 기분도 상쾌해지고 발기력도 좋아지지만 혈압은
조절되지 않았다.

약을 먹자니 발기장애가 오고 성기능을 살리자니 혈압이 올라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난감했다.

성생활을 못하니 그 자체가 큰 스트레스였다.

해결방법을 물어왔다.

"악성 고혈압이니 약을 끊을수는 없는 일입니다.

생명이 우선이니까 약을 복용하면서도 원만한 성생활을 원하신다면 발기유발
자가주사요법을 하거나 수술을 받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중년이후 스트레스가 쌓이면 말초혈관이 굳어지면서 바로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최근 체질적으로 스트레스를 눌러주는 체내 산화질소가 약하게 작용하면
고혈압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흑인에게 고혈압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산화질소가 혈관을 이완시키는데 이 물질이 적게 만들어지거나 혈관에
미약하게 작용한다면 스트레스로 혈압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산화질소는 세포내에서 c-GMP란 물질의 생성을 증가시켜 혈관근육을
이완하므로 혈압상승을 억제한다.

비아그라도 이같은 메카니즘을 이용해 고혈압 동맥경화 치료제를 개발하던중
탄생한 약이다.

아무튼 뛰는 운동은 혈관내 세포에서 산화질소의 생성을 좋게해서 혈관의
탄력성을 높이고 고혈압 동맥경화를 개선해준다.

그리고 남성능력을 유지시켜준다.

<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