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는 러시아의 충격을 거의 받지 않는 모양새다.

일본의 직접적인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대장성 재무관(차관급)의 "시장 개입"발언이 엔약세를 막아냈다.

전문가들은 미달러의 강세요인도 줄어들고 있는 만큼 당분간 달러당
1백45엔-1백47엔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약세로 절하압력을 받던 중국 위안화도 한숨돌릴 여유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백45.78엔에 거래돼 전날 종가
(1백46.45엔)보다 크게 올랐다.

오전장 한 때는 달러당 1백45.35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국제금융시장이 러시아 사태를 비교적 큰 충격없이
받아들인 데다 일본 대장성 당국자의 시장개입 발언이 엔화 하락을 막아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클린턴 성추문등 미달러화의 상대적 약세요인도 엔매도세를
주춤거리게 했다.

이날 마르크화 역시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사카키바라 재무관은 17일 러시아 루블화절하 발표가 나온 직후
"엔약세가 전환점에 접근하고 있다"며 "지지선인 1백47엔을 넘어서면
언제든지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1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게다가 "러시아의 모라토리움 선언이나 루블화절하가 일본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요사노 가오루 통산장관)는 분석도 일조했다.

그러나 오후들어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나오면서 엔강세가
주춤해졌다.

클린턴대통령의 성추문이 종결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한 투자가들이
다시 달러를 매입하기 시작해서다.

전문가들은 이날 외환시장을 "엔자체가 강세적 요인을 갖고 있었다기
보다는 달러가 상대적 약세 요인에 노출되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동안 줄곧 강세행진을 보여온 달러가 한계에 봉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본정부의 시장개입 임박설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경제개혁조치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고 해도 반짝효과에 그칠 것"(제이 브리슨 퍼스트유니온네셔날뱅크
경제분석가)으로 보기때문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