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7일 루블화 표시 외채에 대해 90일간의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전격 선언했다.

이와함께 루블화의 가치를 현재 미국달러당 6.3루블에서 9.5루블로 33.6%
절하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조치로 유럽과 아시아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 전체가 혼돈에 휩싸였다.

한국도 정부가 러시아에 제공한 경제협력 차관과 기업들의 수출대금을 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러시아는 이날 세르게이 키리옌코 총리와 세르게이 두비닌 중앙은행 총재의
공동성명을 통해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루블화 표시 채권에 대한 지불을
90일동안 유예하고 단기국채(GKO)를 대체할 다른 종류의 채권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또 달러당 6.2루블을 기준으로 상하 15%까지 변동할 수 있게 돼 있는
환율을 올 연말까지는 달러당 최저 9.5루블까지 움직일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두비닌 총재는 "이번 조치는 러시아 국민과 생산자를 돕고 지난 수개월간
러시아 시장을 공략해온 금융투기꾼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와함께 조만간 금리를 올릴 방침임을 시사했다.

휴가중인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키리옌코 총리와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급거 크렘린으로 복귀했다.

한편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소식이 알려지면서 엔화는 달러당 1백46엔대로
하락했으며 닛케이주가도 2.2%나 떨어지며 1만5천대 밑(1만4천7백94.66엔)
으로 밀렸다.

헝가리 그리스 등 러시아 주변국은 물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전역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