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초께만해도 6조원어치에 육박했던 증권사들의 상품주식 보유규모가
올 7월말현재 1조원수준으로 격감했다.

증권사들이 주식 자기매매(딜링)업무를 사실상 손뗐다고 간주해도 무방할
정도다.

13일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32개 증권사의 지난달말기준 상품주식 보유규모는
1조7백45억원어치로 집계돼 연초의 2조4천9백62억원에 비해 절반이하로 줄어
들었다.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였던 지난 95년 3월말 결산때의 5조7천8백49억원규모와
비교하면 3년여만에 4조원어치 이상 감소한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32개 증권사 보유규모는 지난 95년 3월 당시
대우증권과 LG증권 등 2개사 합계분인 1조1천억원어치에도 미달하는 수준"
이라며 "증권업계가 사실상 주식자기매매업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주식보유규모가 대폭 감소한 것은 기본적으로 주가하락세가
장기화된데다 지난 97년 4월부터 자기자본관리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H증권의 유가증권운용 관계자는 "증권사 전문경영인들이 주식매매손을
우려해 보유주식을 가능한한 떠안으려는 경향이 있었으나 시장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작년부터 할 수 없이 대대적인 손절매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지난 97사업연도(98년3월말결산)중 증권업계의 주식매매손은
1조5천3백66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었다.

또 증권감독당국이 작년부터 자기자본관리제도를 예고하면서 재무건전성을
강조하기 시작하자 증권사들은 영업용순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주식처분에
뛰어들었다.

증권사들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을 많이 보유할수록 영업용순자본
비율이 떨어져 퇴출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상품주식을 축소했다.

그나마 보유하고 있는 상품주식도 주가 하락폭이 큰 부실주거나 계열사
지분관리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D증권의 기획당당 임원은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것이 요즘 증권사 경영의
큰 추세인 점을 감안할 때 증권사들의 상품주식 보유규모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양홍모 기자 y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