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등 국제 농산물 가격이 심상치 않다.

홍수 가뭄 산불 등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국제곡물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곡물생산국인 중국의 양쯔(양자)강 유역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홍수로 농작물 피해가 적지 않아 가격폭등도 우려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세계적으로 41개국이
홍수를, 22개국이 가뭄을 겪는 등 극심한 자연재해를 겪고 있다"며 "올해
세계 곡물 재고율이 최저 안전 수준인 17~18%에도 못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시장전문가들은 빠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초부터 국제곡물가격이
급등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홍수 등 자연재해가 세계곡물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이같은 전망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은 쌀(47%), 옥수수(21.5%) 등 주요 곡물생산에서 미국 다음의 최대
생산국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이번 홍수피해로 농경지등 4천만ha가 침수돼 올해
곡물생산이 30%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그동안 농산물을 자급자족해왔던 중국도 올해 만큼은 대규모
곡물수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제곡물시장에서도 올 가을 가격급등을 점치는 시나리오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한 거래인은 "아직 여름철이어서 풍부한
목초로 버틸 수 있지만 사료수요가 본격적으로 높아지는 가을철로 접어들
경우 곡물가격이 폭등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전체 곡물수요중 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에 달한다.

그는 또 "만약 중국이 홍수피해로 생산량이 급감할 경우 그동안
중국시장에 의존했던 아시아국가들이 미국으로 몰려들어 최근 몇개월간
하락추세를 지속해온 곡물가격이 급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곡물가격은 최근 옥수수가격등이
하락세를 멈추는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두와 옥수수 가격은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왔으나 최근 대두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옥수수(9월물기준)는 부셸당 2.2달러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옥수수의 경우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16%로 미국(59%)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면화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얼마전 10월물 기준으로 파운드당 70센트이하로 떨어졌던 면화가격은
최근 3센트가량 오른 73.53센트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홍수로 세계시장의 약 4분의1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면화생산이
막대한 피해를 입어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쌀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다른 곡물도 가격하락폭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양쯔강 홍수피해 등이 늘어날 경우 가격상승은 다른
주요 곡물쪽으로 확산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곡물시장은 기본적으로 공급 과잉이며 미국등
다른 지역의 작황이 예년보다 좋을 것으로 전망돼 전체적으로 보면 결코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분석하고있다.

또 아시아 경제부진등으로 수요자체도 급격히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아직까지 세계곡물 재고량도 넉넉한 수준이어서 급격한 가격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