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들은 어떻게 여신과 리스크관리를 할까.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은행 지점들을 통해 들여다 보자.

외국은행 지점들은 본점의 선진화된 신용분석기법을 활용해 여신심사를
한다.

여신심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된다.

여기에 철저한 사후관리가 보태진다.

우선 자격있는 사람, 심사역(Credit Officer)만이 여신을 심사할 수 있다.

시티은행 서울지점장은 한때 심사역 타이틀이 없다는 이유로 여신승인권한이
없었다.

이 심사역은 상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여신심사권을 행사한다.

여기에 복수심사관행까지 뿌리깊다.

시티은행은 3명의 심사역이 여신을 심사한다.

3명이 각각 독립적으로 여신승인여부를 결정하고 이중 1명만이라도 승인
하지 않으면 부결된다.

여신심사위원회도 이런 복수심사제의 일환이다.

여신 의사결정은 철저히 밑에서부터 이뤄진다.

소시에테 제네랄은행의 경우 개별여신에 대해 심사역이 1차적으로
대상업체의 신용상태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신용등급을 산정한다.

상급자는 심사역의 의견과 다를 경우 각자의 의견을 덧붙여 적는다.

의사결정과정에서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가 명확히 드러나는 셈이다.

여신심사위원회도 요식기구가 아니다.

심사서류가 미리 배포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한뒤 토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참석자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고 의결권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의사록이 작성돼 따로 관리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

사후관리는 더 엄격하다.

여신이 나가면 분기나 반기별로 여신을 처음 결정할때처럼 철저히 심사한다.

대출기업에 대해서도 수시로 정보를 수집해 부실징후가 발생하거나 경영상
이상조짐이 보이면 지체없이 신용한도를 줄이거나 여신을 회수하기 시작한다.

일본계은행의 경우 여신 사후관리 책임자를 지정해 신용상태 변동여부
파악이나 채권보전및 회수 책임을 부여한다.

이렇게 철저한 여신심사와 사후관리를 하려면 사람이 많아야 한다.

외국은행들은 실제로 그렇게 한다.

서울지점의 경우 여신부문에 전체인력의 60~70%가 배치된다.

국내은행은 많아야 절반수준이다.

장기근무자도 많다.

여신부문에 오래 근무하면 거래기업의 신용및 재무상태 변동에 관한 정보를
신속히 입수할 수 있다.

그만큼 담보대출보다는 수익성 높은 신용대출을 할 수 있고 위험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영업부심사역과 심사부 기업분석역이 각각 독자적으로 기업정보를 수집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정보수집체계도 잘 돼 있다.

이들은 매달 1번정도는 기업을 직접 방문한다.

국내은행이 분기별로 한번꼴로 기업동태를 점검하고 재무상황은 결산기준일
4개월전에 한번 짚어보는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은행들은 이와함께 여신업무를 집중시켜 심사및 관리능력을 높이고
있다.

시티은행의 경우 서울지역 11개지점의 기업여신업무를 서울지점의 도매금융
부문 법인영업부(기업금융)에서 집중 처리한다.

다른 지점들은 여신업무를 취급조차 하지 않는다.

미국계 은행들은 상당수가 중소기업 대출취급점포를 주당 1~2개 집중
육성하고 있다.

1개 중소기업 여신점포당 50명가량의 여신관련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개별 거래에 따른 위험노출상황을 지점은 물론 본점관계부서에서 매일
점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