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가교은행(브리지 뱅크)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일본정부가 최대 현안인 부실금융기관 정리방안으로 내놓은 "가교은행
(브리지 뱅크)" 설립구상이 벌써부터 비관적 평가를 받고 있다.

부실금융기관 판정기준이 불투명한데다 대중적 기반이 약화된 자민당이
사회적 파장이 결코 적지 않을 부실처리를 단행할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우세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재생 내각"을 표방한 오부치내각이 출범했음에도 엔화가 연일 속락,
결국 달러당 1백45엔선이 무너진 것도 이런 비관적 전망이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교은행 설립방안은 이번에 대장상으로 취임한 미야자와 기이치가 미리
부터 주창해 왔던 아이디어.

그러나 그 원형은 지난 90년대초 미국 리졸루션트러스트사(RTC)가 제시했던
부실은행 처리시스템이다.

정부가 부실은행을 인수, 회생을 모색하되 회생이 불가능하면 즉각 파산
시킨다는게 골자다.

가교은행은 부실은행의 기존 거래기업중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계속
하되 불량채권은 회수하게 된다.

따라서 가교은행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부실은행은 물론, 부실기업도
퇴출당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부실은행 정리과정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도태됐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과 달리 아직 부실은행 선정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부실채권중 당장 정리해야할 불량채권을 골라내는 기준도 모호한 상태다.

정리될 은행이나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 정치권이나 정책당국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분야가 건설업이다.

일본 건설업은 부실이 가장 심한 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일본 전체 노동자의 10% 이상이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교은행이 불량채권 회수에 착수할 경우 많은 건설업체들이 도산할 것이고
이에따라 건설분야 근로자들의 대규모 실직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민심"을 잃은 자민당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가교은행 운영과정에서 부실은행의 영향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부실은행의 임원을 모두 사퇴시키고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했었다.

하지만 일본 가교은행의 경우 부실은행의 일부 임원이 남아 파산절차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다.

부실은행 임원의 입김이 작용해 파산돼야할 은행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