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Bank '빅뱅'] (2) '합병 성공의 전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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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을 써야할 점은 너 나의 과거집착을 버려야 하는 일입니다.
은행간 합병이라곤 하지만 이루어져야할 것은 결국 인간의 합병입니다"
서울신탁은행 합병추진보고서는 76년5월31일에 나온 "합병소식 1호"의
내용을 이렇게 적고 있다.
그로부터 22년 하고도 2개월이 흐른 8월1일.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약속이라도 한듯 이날 오전 경인지역 부점장회의를
각각 열었다.
"이제부터는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의식을 가져야한다.
그래야만 제2의 창업을 이룰 수 있다"(배찬병 상업은행장, 이관우
한일은행장)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오는 14일 정식으로 합병계약을 체결한다.
상업은행의 창립 1백주년 기념일인 내년 1월30일엔 명실공히 슈퍼뱅크로
탄생한다.
신랑신부가 마침내 "합방"을 이루는 것이다.
그날부터 새로운 은행이름을 사용한다.
참신한 인물들로 경영진도 물갈이된다.
은행장마저 새 얼굴로 바뀔지 모른다.
모든게 새것이 된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는게 있다.
슈퍼뱅크를 실질적으로 끌고갈 직원들이다.
일부야 떠나겠지만 슈퍼뱅크 직원들은 현재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직원들로 채워진다.
따라서 직원들의 사고방식을 슈퍼뱅크답게 바꾸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몸은 바꿀 수 없다고 해도 마음은 새롭게 뜯어고쳐야 한다.
합병의 관건은 결국 사람문제다.
뒤돌아보면 지난 76년 서울은행과 한국신탁은행도 그랬다.
합병을 앞두고 다른 무엇보다 인화를 강조했다.
다음은 당시 두 은행이 합병을 앞두고 실시한 "합병은행 발족대열에
참여하는 나의 2백자 제언"(이모 과장)의 일부.
"인화는 강요될 수 없는 것이다.
오직 너와 나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조직의 방침에 순응하는 자세이다.
자기위주의 생각을 버리고 조직의 대열에 긍정적인 마음의 자세로 참여할 때
5천행우는 새 은행 새 가족 새 마음으로 탄생한다"
이 과장의 제언은 싸늘할 만큼 정확했다.
인화는 강요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두 은행이 화학적으로 뭉치는데 20년이상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사사건건 시기 질투 반목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IMF라는 외우가 닥치고서야 내환이 자취를 감췄습니다"(서울은행
임원)
합방을 앞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각고의 심정으로 곱씹어야할 대목이다.
서울+신탁은행이 주는 교훈은 "인간이 합병하지 않으면 조직은 절대 합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 은행원들의 보수적인 자세는 합병은행의
앞날이 서울+신탁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불안한 예감을
던져준다.
그같은 개연성은 은행들의 요즘 모습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먼저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의 경우.
지난6월 보람은행은 우량은행 탄생을 위해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목숨을
걸다시피했다.
그러나 보람은행 직원들은 요즘 하나은행과의 합병이 수포로 돌아가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협상을 해보니 하나은행 사람들이 형편없더라는 것".
경영내용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도 한수 아래 깔아볼 뿐더러 "보람은행이
퇴출할지 모른다"고 악성루머까지 퍼뜨렸다는게 보람은행측의 설명이다.
이에대해 하나은행은 자산가치대로 합병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맞선다.
합병도 하기전에 감정의 골만 팬 꼴이다.
합병은 아니지만 평화 동화 대동은행 등의 케이스도 인간합병의 어려움을
웅변으로 보여준다.
동화 대동의 경우 융화가 안되면 은행마저 퇴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기존 은행 직원들을 스카우트해 설립된 동화 대동은행은 창립이래
출신은행에 따른 파벌싸움으로 경영정상화는 내내 뒷전으로 밀려있었다.
평화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비록 퇴출은 면했지만 파벌간의 "내 사람 챙기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많다.
한일 상업은행 직원들도 이미 그 조짐을 보여줬다.
당초 합병은행명은 한일상업은행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상업은행 일부직원들이 극구 반대, "상업한일은행"으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일부에선 상업한일은행이 아니면 합병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한일상업은행이 "한국과 일본의 상업은행"이란 묘한 방식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상업한일은행 또한 "(맛이)상한"은행으로 들리는 측면도
있다.
말뜻이야 어떻든 자존심을 건 한판싸움에 다름아니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상업+한일이 현재의 틀로는 도저히 선도은행으로
부상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사고혁명을 요구한다.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강한 정신이 필요하다는 충고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상업+한일은 부실은행간 합병에 속한다"며 "현재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등도 "뼈를 깎는 자구가 선행되지 않곤 지원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중엔 "인사부장을 제3의 인물로 앉히고 전문가 육성에 매진해야만
합병에 성공할 수 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본점거리가 채 2백m도 안되는 상업 한일은행이 얼마나 빨리 화학반응을
일으킬지가 슈퍼뱅크의 성공을 가름할 지렛대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합병형태에 따른 효과 비교 ]]
< 대형 시중은행간 >
<>득 - 기업문화, 영업방식및 부실정도의 유사로 합병 용이(규모의 경제)
<>실 - 점포 중복에 따른 점포 조정비용발생
- 인화의 어려움
< 대형 특수은행+대형 시중은행 >
<>득 - 특수은행의 도매금융과 시중은행의 결합으로 범위의 경제
<>실 - 업무취급방식의 차이, 기업문화의 차이
- 이원적 조직구조로 인한 규모의 경제성 미약
< 대형 시중은행+중소 신설은행 >
<>득 - 중소은행들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범위의 경제
- 자본구조 조정을 바탕으로 자본충실화에 기여
<>실 - 규모의 경제성 미약
- 피 합병은행의 반발
< 신설은행간 >
<>득 - 효율성의 차이가 있는 은행간 합병으로 미래의 부실화 방지
<>실 - 합병 추진주체의 소극성
- 규모의 경제 미약
< 지방은행간 >
<>득 - 영업권역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 - 지역정서 극복의 어려움
< 특수은행간및 지방과 신설은행 >
<>득 - 유사업무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
<>실 - 목표의 불명료
- 조직문화 차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
은행간 합병이라곤 하지만 이루어져야할 것은 결국 인간의 합병입니다"
서울신탁은행 합병추진보고서는 76년5월31일에 나온 "합병소식 1호"의
내용을 이렇게 적고 있다.
그로부터 22년 하고도 2개월이 흐른 8월1일.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약속이라도 한듯 이날 오전 경인지역 부점장회의를
각각 열었다.
"이제부터는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의식을 가져야한다.
그래야만 제2의 창업을 이룰 수 있다"(배찬병 상업은행장, 이관우
한일은행장)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오는 14일 정식으로 합병계약을 체결한다.
상업은행의 창립 1백주년 기념일인 내년 1월30일엔 명실공히 슈퍼뱅크로
탄생한다.
신랑신부가 마침내 "합방"을 이루는 것이다.
그날부터 새로운 은행이름을 사용한다.
참신한 인물들로 경영진도 물갈이된다.
은행장마저 새 얼굴로 바뀔지 모른다.
모든게 새것이 된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는게 있다.
슈퍼뱅크를 실질적으로 끌고갈 직원들이다.
일부야 떠나겠지만 슈퍼뱅크 직원들은 현재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직원들로 채워진다.
따라서 직원들의 사고방식을 슈퍼뱅크답게 바꾸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몸은 바꿀 수 없다고 해도 마음은 새롭게 뜯어고쳐야 한다.
합병의 관건은 결국 사람문제다.
뒤돌아보면 지난 76년 서울은행과 한국신탁은행도 그랬다.
합병을 앞두고 다른 무엇보다 인화를 강조했다.
다음은 당시 두 은행이 합병을 앞두고 실시한 "합병은행 발족대열에
참여하는 나의 2백자 제언"(이모 과장)의 일부.
"인화는 강요될 수 없는 것이다.
오직 너와 나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조직의 방침에 순응하는 자세이다.
자기위주의 생각을 버리고 조직의 대열에 긍정적인 마음의 자세로 참여할 때
5천행우는 새 은행 새 가족 새 마음으로 탄생한다"
이 과장의 제언은 싸늘할 만큼 정확했다.
인화는 강요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두 은행이 화학적으로 뭉치는데 20년이상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사사건건 시기 질투 반목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IMF라는 외우가 닥치고서야 내환이 자취를 감췄습니다"(서울은행
임원)
합방을 앞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각고의 심정으로 곱씹어야할 대목이다.
서울+신탁은행이 주는 교훈은 "인간이 합병하지 않으면 조직은 절대 합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 은행원들의 보수적인 자세는 합병은행의
앞날이 서울+신탁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불안한 예감을
던져준다.
그같은 개연성은 은행들의 요즘 모습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먼저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의 경우.
지난6월 보람은행은 우량은행 탄생을 위해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목숨을
걸다시피했다.
그러나 보람은행 직원들은 요즘 하나은행과의 합병이 수포로 돌아가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협상을 해보니 하나은행 사람들이 형편없더라는 것".
경영내용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도 한수 아래 깔아볼 뿐더러 "보람은행이
퇴출할지 모른다"고 악성루머까지 퍼뜨렸다는게 보람은행측의 설명이다.
이에대해 하나은행은 자산가치대로 합병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맞선다.
합병도 하기전에 감정의 골만 팬 꼴이다.
합병은 아니지만 평화 동화 대동은행 등의 케이스도 인간합병의 어려움을
웅변으로 보여준다.
동화 대동의 경우 융화가 안되면 은행마저 퇴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기존 은행 직원들을 스카우트해 설립된 동화 대동은행은 창립이래
출신은행에 따른 파벌싸움으로 경영정상화는 내내 뒷전으로 밀려있었다.
평화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비록 퇴출은 면했지만 파벌간의 "내 사람 챙기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많다.
한일 상업은행 직원들도 이미 그 조짐을 보여줬다.
당초 합병은행명은 한일상업은행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상업은행 일부직원들이 극구 반대, "상업한일은행"으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일부에선 상업한일은행이 아니면 합병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한일상업은행이 "한국과 일본의 상업은행"이란 묘한 방식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상업한일은행 또한 "(맛이)상한"은행으로 들리는 측면도
있다.
말뜻이야 어떻든 자존심을 건 한판싸움에 다름아니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상업+한일이 현재의 틀로는 도저히 선도은행으로
부상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사고혁명을 요구한다.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강한 정신이 필요하다는 충고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상업+한일은 부실은행간 합병에 속한다"며 "현재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등도 "뼈를 깎는 자구가 선행되지 않곤 지원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중엔 "인사부장을 제3의 인물로 앉히고 전문가 육성에 매진해야만
합병에 성공할 수 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본점거리가 채 2백m도 안되는 상업 한일은행이 얼마나 빨리 화학반응을
일으킬지가 슈퍼뱅크의 성공을 가름할 지렛대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합병형태에 따른 효과 비교 ]]
< 대형 시중은행간 >
<>득 - 기업문화, 영업방식및 부실정도의 유사로 합병 용이(규모의 경제)
<>실 - 점포 중복에 따른 점포 조정비용발생
- 인화의 어려움
< 대형 특수은행+대형 시중은행 >
<>득 - 특수은행의 도매금융과 시중은행의 결합으로 범위의 경제
<>실 - 업무취급방식의 차이, 기업문화의 차이
- 이원적 조직구조로 인한 규모의 경제성 미약
< 대형 시중은행+중소 신설은행 >
<>득 - 중소은행들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범위의 경제
- 자본구조 조정을 바탕으로 자본충실화에 기여
<>실 - 규모의 경제성 미약
- 피 합병은행의 반발
< 신설은행간 >
<>득 - 효율성의 차이가 있는 은행간 합병으로 미래의 부실화 방지
<>실 - 합병 추진주체의 소극성
- 규모의 경제 미약
< 지방은행간 >
<>득 - 영업권역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 - 지역정서 극복의 어려움
< 특수은행간및 지방과 신설은행 >
<>득 - 유사업무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
<>실 - 목표의 불명료
- 조직문화 차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