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화가 났다.

7개 조건부승인은행이 지난 29일 제출한 이행계획서가 "기대수준 이하"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위는 특히 조흥 상업 한일 외환 등 4대시중은행의 이행계획서가 미흡
하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들은 "4대은행을 포함한 6대시중은행의 처리는 금융구조조정의 핵"
이라며 이들 은행의 "성의부족"을 질타했다.

이런 분위기탓인지 30일 여의도 금감위 건물 15층에서 열린 4대시중은행을
상대로 진행된 "이행계획서 타당성점검을 위한 설문" 설명회장 주변은 시종
긴장감이 감돌았다.

금감위의 불만은 경영진교체와 증자 및 합병계획에 집중돼 있다.

7개은행중 어느 한곳도 합격점을 받을정도의 이행계획서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 합병 =금감위는 어느 은행도 자발적 합병계획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합병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업 한일은행조차 이행계획서에는
아예 합병항목을 두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고 "홀로서기"를 위한 자본금확충계획이 만족스럽게 제시된 곳도
없다.

금감위는 다음달초까지 합병계획서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관계자는 "합병작업에는 세세한 것까지 포함하면 1~2년이 걸리지만 큰
문제들을 매듭짓는데 5개월 가량이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말이나 내년초까지 대형은행간 합병작업을 마무리짓겠다는 구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경영진교체 =조흥은행을 빼고는 대부분 낙제점수준이라는게 금감위 평가.

관계자는 "특히 외환은행이 큰 착각에 빠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이 임원공석과 그동안 개편과정을 들어 경영진교체를 사실상 완료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이 관계자는 "이상한 계산법을 쓰고 있다"며
"임원 10명중 외국인임원 2명을 선임한 것외에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70% 교체" 방침에 맞추려면 앞으로 5명은 추가로 갈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위는 경영진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충북은행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금감위는 임원을 70%정도 교체하고 교체임원의 절반은 외부인(외국인 포함)
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다만 누구누구를 교체한다는 식의 "명단제출"은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다.

<> 인원축소 =금감위는 직원을 내년말까지 작년말대비 30%를 줄이길 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9월말까지 가급적 많이 줄이라고 하고 싶지만 노조와의
관계도 있는 만큼 내년말까지 시한을 두는 것"이라며 "감원규모는 올해와
내년에 4대 1의 비율로 배분하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 향후 추진방향 =금감위는 다음달 20일까지 진행할 이행계획서평가작업을
"교화작업"에 비유했다.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자구노력"이 이뤄지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행계획서 평가작업은 종전 경영평가위원회처럼 비밀합숙형태로
이뤄지지 않는다.

은행 관계자들과 수시로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답"을 찾는
과정이고 일면 협상의 과정인 셈이다.

이날 매킨지의 설문설명회도 같은 맥락이다.

4대은행의 처리방향은 합병쪽이 대세다.

관계자는 "4대은행이 정부의 유도와 지도에 얼마나 잘 따라오느냐가 관건"
이라고 말했다.

금감위는 이를위한 배드뱅크(부실채권처리전담은행) 설립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 땐 국유화후 강제합병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유화방안에 대해선 세계은행(IBRD) 등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4대시중은행의 비중이나 처리방향에 쏠린 시선을 의식한 듯 이헌재
위원장은 이날 "발표는 내가 할 것이므로 입조심을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설명회에 참석한 매킨지사관계자들이나 은행관계자들도 한결같이
금감위 "입조심" 요구를 상기한 듯 신분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