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좀 쳐다 보지 말라. 더 이상 나올게 없다"

27일 외환당국의 표정이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천2백원을 위협함에 따라 외환당국의 개입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시장존중"이라는 원칙만 고수하고 있을뿐 가타부타
아무런 말이 없다.

그렇다면 정부의 시장개입은 영 물건너간 것일까.

만일 시장에 개입한다면 그 시점은 언제쯤일까.

이에대해 외환당국인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시인도 부인도 할수 없다"
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울러 섣불리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 달러화를 사들일수는 없다는 분위기
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IMF가 드러내 놓고 외환시장개입반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어쩔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다만 외환은행의 합작대금 2억7천만달러를 사들이기로 한 것에서 알수
있듯이 가능하면 달러화공급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노력은 계속할 것이란
입장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금융기관에 대한 외화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하는등 수급을 간접조절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외환시장의 간접개입을 통해 환율을 조정하겠지만 직접개입은
당분간 힘들다"는게 외환당국의 태도다.

외환당국의 이런 태도는 원화값이 달러당 1천2백원대에 머무르는한 지속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원화가치가 1천1백원대로 진입하면 외환당국도 마냥 뒷짐만 지고
있을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관계자는 이와관련, "이미 IMF와 완만한 시장개입은 합의된 상태"라며
"시장기능이 마비되는걸 외환당국이 마냥 바라만 볼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시장기능마비는 호가만 있지 거래는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지난해 11월에도 그랬다.

호가만 있었지,팔자 매물이 없다보니 거래는 없는 상태에서 환율만 천정부지
로 치솟았다.

이번에는 정반대양상이다.

자칫하면 거래가 중단된 상태에서 환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도래할수
있다는게 딜러들의 전망이다.

딜러들은 그 시점을 대략 달러당 1천1백50원대로 점치고 있다.

결국 이 시점이 되면 외환당국도 상징적이나마 시장에 직접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당국도 이 점을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외환시장기능 상실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지가 다를 뿐이다.

이 과정에서 IMF가 당국의 시장개입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최대 변수다.

이렇게 보면 외환당국은 "시장존중"이란 원칙견지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장개입시점과 명분검토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