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3시30분께 롯데호텔 1층 현관.

족히 50여명은 됨직한 사진기자와 취재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이 나타났다.

20여대 카메라의 플래시가 동시에 터지자 전 위원장은 눈이 동그래졌다.

반대편 현관으로 들어오던 진념 기획예산위원장도 예상못한 "영접"에 걷는
방향을 잡지 못했다.

기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작해 놓은 엘리베이터가 고장을 일으켰다.

전윤철.진념 위원장은 비상계단을 오르라내리락해야 했다.

첫 정.재계간담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재정경제부는 기자들이 몰리자 당초 비공개 방침을 바꿔 4시45분에 사진
촬영을 허용했다.

정.재계 대표와 학계 인사들은 마치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 모양
계면쩍어했다.

6시 이전에 끝날 것으로 보이던 회의가 7시를 넘기며 식사까지 준비되자
기자들의 기대는 높아갔다.

회의실 벽에 귀를 대는 기자들이 늘었고 주최측과 신경질적인 승강이가
계속됐다.

잠깐 나왔던 참석자들은 기자들이 화장실까지 따라오자 곤혹스러워했다.

결국 "큰 건"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망한 기자들 중엔 욕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장관과 총수, 교수들이 일요일에 그것도 자정까지 열띈 토론을 벌인건
분명 가상한 일이다.

문제는 정.재계모임을 비밀리에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이다.

숨어서 하려다 들키니 오해가 생긴다.

한번 오해를 사면 아무리 설명해도 풀리지 않는다.

벌써부터 시중엔 "5각 빅딜 합의설"류의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권영설 < 산업1부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