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이근영 총재는 21일 "외국기업과 합작해 들어오면 포드보다 나쁠게
없다"며 기아자동차및 아시아자동차 입찰업체들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자금이 시원치 않은 곳이 들어와 기아사태같은 것이 재발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로 취임 4개월째에 접어든 이 총재를 만나 그간의 "개혁"과 기아자동차
처리문제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이후 "위기"라는 말을 자주 썼는데.

"해외신인도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워졌다.

그런 위기가 왔는데도 적응하려 않는 것은 더 심각한 위기다.

그래서 취임후 곧바로 대대적인 경영혁신조치를 단행했다.

본부조직을 23%나 줄이고 해외점포도 20개를 폐쇄했다.

직원도 18%나 감축했다.

직급 정년제 특별승급제같은 인사제도도 대폭 개편했다"

-요즘 기아자동차 건으로 말들이 많은데.

"투명성과 공정성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

자금원천을 따지는 것도 구조조정한다면서 은행서 돈 빌려 기아를 다시
키우는 것은 곤란하다는 뜻이다.

사고 싶으면 다른 걸 정리하는 식으로 돼야 한다.

돈을 1백% 빌려 샀다면 전매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 곳에 기아를 맡기면 또 운영을 못해 이런 사태가 재연된다"

-기술개발 수출계획 등 서류상의 약속을 보장받을 수단은 있는가.

"전문가들이 보면 다 드러난다.

기술력만 하더라도 국제적으로 랭킹이 있지 않겠나.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된다"

-최근 내한한 포드의 부커 부회장은 만났나.

"부커 부회장이 만자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공매기간중이므로 만날 수 없다고 했다.

기아 입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27일 설명회에서 분식결산내용도 밝히나.

"수정된 재무제표를 공개하겠다"

-부채탕감이나 상환 조건및 일정 재조정에 대해 채권단이 너무 사업성없는
안을 제시한다고 하는데.

"증자후 자산과 부채규모로는 끌고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일부 탕감이 불가피하다.

어느수준이냐는 예측키 어렵다.

구체적인 수치를 계산해 봐야 하고 채권자들이 동의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인수자가 내년이후 추가적인 부채구조조정을 요구한다면 응할 수 있나.

"그건 안된다.

추정현금흐름뿐 아니라 부족하면 얼마를 더 투입할 것인지도 써내야 한다.

자금이 풍부한 곳이 투자하길 바란다.

자금이 시원치 않은 곳이 들어와 기아사태가 재발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렇다고 포드만 유리하게 됐다고 보지 마라.

합작으로 들어오면 포드보다 나쁠게 없다.

우리 자동차산업은 과잉투자 때문에 이렇게 된것 아니냐"

-새한종금을 인수하지 않으면 인가취소가 불가피하고 그 경우 정부가
예금대지급해야 하는데.

"불리할 경우 떠안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 다음은 정부가 책임진다.

그건 명확하다"

-산업은행의 부실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부실규모가 6월말현재 5조9천억원이다.

(전체여신의) 5.8%다.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지 않다.

구성내용도 다르다.

다만 산은은 우리경제의 축소판으로 경제가 나빠지면 산업은행이라고
좋을리 없지 않겠는가"

-요즘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은 뭔가.

"직원들의 의식 마인드 기업문화를 바꾸는게 제일 어렵다.

경영혁신도 기업의 풍토와 문화를 무시하면 안된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