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방을 열면 쾨쾨한 총각냄새가 물씬 난다.

그러나 딸 방을 열면 별로 싫지 않은 냄새가 난다.

남녀는 각각 고유의 냄새를 갖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페로몬(Pheromone)
이다.

동물은 서로의 페로몬을 받아 발정 교미한다.

같은 종임을 식별하고 자기종족의 냄새를 하나로 묶어 영토를 표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페로몬은 성적유인과 집단 재규합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적 유인물질인
페로몬을 통해 인체끼리 교신을 주고 받는다는 가설이 지난 6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근간 발표된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에 미국 시카고대학의 매크린 토크,
캐슬린 스턴 박사 연구팀은 공동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생리주기가 대체로
일치하게 되는 것은 페로몬의 역할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20~35세에 이르는 29명의 젊은 자원여성들을 상대로 생리주기
동일화과정을 실험했다.

실험대상자들끼리 겨드랑이에 붙였다 떼어낸 패드에 흡착된 무색무취의
생체화학물질을 코로 흡입하게 했다.

실험결과 월경직후 난포(난자를 감싸는 주머니)가 형성되는 후기단계에
놓인 여성의 겨드랑이에서 채취한 화학물질을 흡입한 여성들은 황체형성호르
몬의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배란이 앞당겨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반대로 월경직전 여성의 겨드랑이에서 떼낸 샘플을 접한 여성들은 생리
주기가 지연됐다.

연구팀은 "완전히 통제된 조건 아래 생리주기가 조작될수 있음을 보여준
실험결과는 인간도 페로몬을 분비한다는 확정적인 증거를 제공한다"고
결론지었다.

호르몬은 내분비선에서 나오는 것인데 반해 페로몬은 겨드랑이 밑에 있는
아포크린 땀샘과 생식기 근처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몸전체에서 자기의
고유한 냄새를 갖게 된다.

페로몬은 본인보다 냄새를 맡는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

여성의 체취, 즉 페로몬은 남성에게 강력한 최음효과를 나타낸다.

남녀가 이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끌리는 것은 페로몬이 코속의 후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돼 인식속에 "호감"이란 정보를 남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냄새가 싫으면 상대가 아무리 미모가 출중해도 서로 오래 사귀지
못한다.

외국인과 결혼해서 오래 살지 못하고 헤어지는 이유중의 하나가 이런
페로몬 탓도 있다.

최근 미국 의학자들이 남성의 땀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끌어당기는 페로몬을
합성했다며 이를 사용한 남자의 47%가량은 평소보다 더 자주 성관계를 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 향수를 조금 사용해보는 것이 성생활의
중요한 수단이 될수 있다.

<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