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4일 헌법재판소가 김종필 총리서리 및 한승헌 감사원장서리
임명과 관련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데 대해 헌법수호 최고기관으로서
의 임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당직자회의를 열고 "헌재가
위헌을 인정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각하결정을 내린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한나라당은 특히 헌재가 지난 96년12월 노동법 파동때 당시 야당의원들이
낸 권한쟁의 청구를 받아들인 것과는 달리 "당사자 적격"이 아니라는 전혀
상반된 논리로 문제해결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며 헌재 존폐문제까지
검토키로 했다.

김철 대변인은 회의직후 성명을 통해 "헌재가 명백한 위헌인 서리제를 위헌
이라고 판결할 양식과 용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음이 입증됐다"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헌재의 이같은 태도는 정권의 이익을 돕고 여당의 재.보선
전력을 추종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헌재의 문제접근방식은 법이 아닌 폭력에 의해 해결해도 좋다는
식"이라며 "설치목적을 포기한 헌재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힐난했다.

김 대변인은 정기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헌재의 예산과 존폐문제를 심각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경대 헌정수호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 "헌재결정은 국회동의
없이 총리서리와 감사원장서리를 임명한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는 우리당
입장을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현 위원장은 "9명의 헌재재판관중 1명만이 서리제가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만 보더라도 이같은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동법 파동때와 동일한 사안임에도 헌재가 전혀 반대의 논리를
적용하는 자기모순을 범한 것은 법적 안정성을 추구해야할 헌재 본연의 임무
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당연한 결과"라는 대조적 반응을 보였다.

국민회의 신기남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표결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가지고 굳이 헌법재판에 의지하려다 심리의 초입단계에서부터
외면당하고 만 것"이라며 재표결할 것을 요구했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