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이 2일 사임의사를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그동안 정책위의장으로 재임한 기간이 너무 길었다고
판단돼 의장직을 사임하기로 결심했다"며 "향후 개인 자격으로 정부정책의
입안과정에 참여해 나름대로 역할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사직서를 가지고 청와대에 갔으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과 주요
당직자들의 만류로 정작 청와대 주례보고때 사의표명을 하지 않았다는 후문
이다.

당내에서는 김 의장의 사퇴의사 표명이 최근 정책위원회의 잦은 정책혼선에
따른 "부담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석현 제3정책조정위원장이 월드컵 경기장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당내 의원들의 반발로 "없었던 일"이 된게 한 예다.

장영달 제2정책조정위원장도 상호지급보증 실태를 조사해 위법사실이 있는
은행장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해 여론만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당력을 집중해 고용세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실업백서를 마련했지만
정부측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도 보였다.

김 의장의 의지와는 달리 이같은 일이 계속되면 개인의 정치적 입지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 사의까지 표명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재신임"을 묻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집권당 정책위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조직정비와 인력교체가
불가피하고 이를 과감히 추진하기 위해 재신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김 의장의 사의표명으로 당 정책위의 기능과 조직 역할 등에 대한
재정비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김 의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다 신임도 커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