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2시 서울 하얏트호텔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루빈 미국 재무장관
의 얼굴은 비교적 밝았다.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에 이어 한국을 연이어 방문한 그에게서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전중 김대중 대통령 예방, 노조대표들과 회동, 이규성 재경부장관과
오찬회담 등에 만족해 하는 표정이었다.

실제로 그는 회견중 "김대중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경제개혁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틈만 있으면 강조했다.

시종 여유있는 표정에선 국제 금융계의 최대 실력자 다운 당당함마저
엿보였다.

그의 당당한 자세는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그는 한국엔 무척 ''귀한 손님''이다.

한국이 목을 메고 있는 IMF의 구제금융과 개혁 프로그램을 배후에서 실질적
으로 조정하는 미국의 재무장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어디를 가도 환대를 받았다.

단 하룻동안 한국의 대통령을 비롯해 민간 기업인, 노조 대표에 이르기까지
핵심 인사들을 마음대로 만나며 IMF식 개혁을 다짐받는 ''파워''를 과시했다.

한국의 관료들로부터는 "제발 한국을 버리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받기도
했다.

이는 직전에 방문했던 말레이시아에서 받았던 대접과는 대조적인 것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선 오히려 마하티르 총리로부터 "미국 정부가 금융계와
"편짜기"를 해서 아시아 경제를 지배하려 한다"는 귀 따가운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던 차에 ''IMF 프로그램을 더욱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다짐하는 한국
이야말로 그에겐 참 ''착한 나라''로 비쳤을 것이다.

그러나 ''IMF 모범생''인 한국경제가 지금 고금리 연쇄부도 대량실업 등으로
파탄 직전에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분명히 알고나 서울을 떠났는지
궁금할 뿐이다.

차병석 < 경제부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