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은행 직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인수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 신한 한미 하나 주택 등 인수은행들은 29일 오전 7-8시께 인수작전을
개시, 퇴출은행 접수에 나섰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특히 일부 인수은행들은 짝짓기된 퇴출은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인수가 무산돼도 무방하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량은행이 인수에 성공하지 못함에 따라 전산시스템 가동이 중단돼
퇴출은행의 고객은 현금카드 인출도 할 수 없는 불편을 겪었다.

관계자들은 퇴출은행 직원의 반발이 워낙 거세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인수작업 자체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금융계 일각에선 인수가 완전 수포로 돌아갈 경우 퇴출은행중
일부를 폐쇄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 오전7시부터 본지점 직원 5백30여명을 동원, 동화은행
접수에 나섰으나 동화은행 직원들이 농성을 푼 저녁 7시에야 본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동화은행 직원 1천여명과 이북도민 청년연합회 5백여명은 본점에서
은행감독원 직원 8명만 출입을 허용한 채 인수직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신한은행은 대부분 지점에서 경비용역회사의 도움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금고열쇠 등이 없어 인수작업에 착수하지 못했다.

동화은행 본점의 전산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함에 따라 다른 은행과의 계좌
이체 등 은행간 거래가 올 스톱됐다.

고객들은 예금인출이 안되자 본점을 방문해 강력히 항의했다.

한편 나응찬 신한은행장은 이날 재일동포 주주들에게 동화은행 인수에 대한
배경설명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국민은행도 본부직원 1백80명 지점직원 8백50명을 차출해 오전7시부터
대동은행 인수에 나섰으나 대동은행 직원들이 출근을 거부한 탓에 본점
진입에도 불구,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국민은행은 전산센터 접수를 완료하고 남아 있던 대동은행 직원 2~3명의
도움으로 중앙전산처리장치를 가동시키기 시작했으나 본점의 다른 부서나
지점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인수업무를 시작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어음.수표 결제업무나 소액예금 입출금 등 최소한의 거래업무도
마비된 상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1차 인수가 실패했을 때의 행동요령을 받은 적이 없다"
며 "대응책 마련이 부족해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밤샘작업끝에 일부 대동은행 점포에서 자사 전산시스템
을 끌어와 신규통장 개설 등 일부업무를 재개할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본점 직원 70명을 포함해 모두 3백여명을 투입, 오전8시부터
충청은행 인수를 시도했지만 직원들이 없어 경비용역회사의 도움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가동은 생각지도 못하고 금고를 봉인하는
등 딱지를 붙이는 정도에 그쳤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종합상황실은 "전산실에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는데다 열쇠도 없고
암호체계도 모른다"며 "지점에도 직원들이 들어가긴 했지만 단말기를 전혀
작동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이날 각종 자물쇠와 열쇠를 새것으로 교체, 기존 직원들의
접근을 사전 봉쇄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충청은행 직원들이 상당히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으며 대응
자체도 체계화돼 있다며 사전에 정보가 누출된게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은행을 인수하는 한미은행은 오전5시30분에 본점에서 출발, 7시에
인천 본점건물에 도착한 후 8시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나 "아무런 제지없이 들어갔지만 경기은행 직원들은 하나도 없었다"
는게 한미은행측의 설명.

한미은행은 인수작전에 4백여명의 직원을 동원했다.

한미은행은 정오께까진 지점접수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어음교환 결제시스템이 마비돼 우리 자금으로라도
결제를 해주고 싶지만 계좌에 자금이 있는지 인감은 맞는지 확인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주택은행도 6백70명의 본지점 직원들이 오전8시께 별 충돌없이 동남은행
본지점에 진입했다.

그러나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아 전혀 전산을
가동할 수 없었다.

한편 금융감독위원회는 전산가동 중단으로 어음결제시스템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이날 오후 긴급히 인수은행 실무자들에 파생되고 있는 문제점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