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고 착잡한 마음뿐입니다. 왜 은행원 사이에 점령군이 필요하며 봉쇄
사수 등 극단적인 말들이 나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퇴출대상은행이 확정된 28일.

대동은행의 한 직원은 이런 내용의 편지를 기자에게 보내왔다.

한솥밥을 먹던 은행원들이 하루아침에 점령군과 피점령군으로 나뉘어
군사작전을 벌이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편지였다.

그렇지만 편지의 내용은 단순한 소회이상이었다.

퇴출과정의 문제점과 앞으로 금융정책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나름대로
주장하고 있었다.

우선 주장한게 중소기업전담은행에 대한 배려.

그는 "중소기업전담은행이 BIS비율을 맞추는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정부의
중소기업지원정책이 효과를 얻으려면 중소기업전담은행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치금융을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정부가 무리하게 퇴출및 인수은행을 선정했다"며 "인수를 싫어하는
은행에 부실은행을 억지로 떠맡긴 처사는 관치금융에 다름아니다"고 주장
했다.

그의 호소는 금융정책의 투명성확보로 이어졌다.

"금융정책 실명제를 실시, 정책주도자의 책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치권과
결탁하여 금융부실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는 "이런 문제는 언론이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며 "금융의 역사가
시작하는 시점에서 xxx 올림"이라고 끝을 맺었다.

퇴출은행이 결정된 지금, 금융의 역사가 새로 시작될지 두고 볼 일이다.

하영춘 < 경제부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