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경기가 극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사업을 하다 망하는 분들도 있고,
또 남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돈을 빌려간 사람의 사정이 나빠져서 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었다가 받지 못하게 되면 재판을 해서 돈을 받아야 하는데,
재판을 해서 이기더라도 상대방에게 재산이 있어야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
재산이 없으면 재판에서 아무리 이기더라도 소용이 없게 됩니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재산이 분명 있었는데, 나중에 가서 보니까 재산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게 됩니다.

오늘은 서울 강서구에 사는 안씨라는 분이 겪은 사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안씨는 어느 중견 건설회사에 상당한 금액의 돈을 빌려주었는데, 그만
이 회사가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안씨는 다른 채권자들과 채권단을 구성해서 부도사태를 수습하면서 회사의
재산을 파악하는 등,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서 동분서주했는데, 알아보니까
이 건설회사의 대표이사에게는 약간의 재산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안씨는 돈을 빌려줄 때 대표이사를 보증인으로 세웠기 때문에 대표이사를
상대로 재판을 해 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막상 판결분을 가지고
대표이사의 개인재산에 집행을 하러 갔더니 그동안 대표이사가 재산을 모두
처분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안씨로서는 대표이사를 우리 형법상의 강제집행면탈죄로
고발할 수 있습니다.

강제집행면탈죄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민사소송법에 의한 강제집행 또는
가압류, 가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이러한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
양도하거나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죄입니다.

우리 형법이 이처럼 강제집행면탈죄를 처벌하는 것은 채무자가 이런
행위를 할 경우에는 채권자를 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강제집행면탈죄는 반드시 채권자를 해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만
성립되는 것은 아니고 채권자를 해할 위험성만 있으면 죄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안씨의 경우, 돈을 빌려간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부도로 인해서
보증인인 자신에게 재판이 걸리는 등 채권자들로부터 독촉을 받거나 아니면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는 상황을 알면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행위는 채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로 당연히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 변호사. 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