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엔화가치가 또다시 달러당 1백40엔선 밑으로 붕괴한 것은 국제금융시장
에서 일본경제가 얼마나 불신당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의 시장개입과 18개국 긴급통화회담이라는 "구급처방"의 약효가 1주일
도 못버틸 만큼 일본경제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이다.

엔화 하락의 재연은 사실 지난주말 "도쿄 긴급통화회담"이 끝난 직후부터
예견됐었다.

회담에서 보여준 일본 정부의 개혁의지가 여전히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하시모토 일본총리와 마쓰나가 대장상은 회담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도 그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회담소식을 전하는 서방언론들의 논조는 "일본정부의 태도에 대한
실망감으로 엔화가 또다시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이번주초 도쿄시장이 열리자마자 엔화가 달러당 1백38엔
선까지 미끄러지면서 현실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24일에는 세계 3위의 신용평가기관인 피치IBCA가 일본의 신용등급
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 결정타를 날렸다.

피치IBCA는 "일본의 금융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내수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현상황이 지속될 경우 일본의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4월 무디스가 일본국채의 중기신용전망을 네가티브
(부정적)로 조정한 이후 부쩍 높아진 불신감에 부채질을 한 격이다.

게다가 피치IBCA는 "일본은 제2의 한국이 될 것인가"라는 특별논평까지
덧붙여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 논평의 결론은 "일본은 한국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피치IBCA가 그 가능성을 검토했다는 사실 자체가
"일본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또다시 시작된 엔화의 추락이 어느 선까지 갈 것인가.

이에대해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나타나는 "학습효과"를 들어
"일단은 달러당 1백45엔이 저지선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이 지난번 미국의 시장개입 경험을 감안, 달러당 1백45엔에
근접하면 엔매도를 자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적어도 클린턴 대통령의 중국방문 기간중에는 미국이 중국의
입장을 고려,엔화 방어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전망이고 장기적으로는 역시 "일본경제의
개혁이 없는 한 엔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