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6월25일~7월3일)은 정치보다는 경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엔화의 추가하락과 위안화 평가절하를 막고 아시아 경제위기 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현안이다.

정치 문제로는 인도와 파키스탄 핵실험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과 중국내 인권 문제,대만 문제 등이 있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가벼운
입장 교환 정도에 그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중 양측은 민감한 문제를 건드려 평지 풍파를 일으키기보다는 이번
정상회담이 동아시아 경제 안정을 기원하는 화려한 이벤트가 되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남아 금융위기 극복과 일본 엔화의 급속한 평가절하 저지가 양국
정상회담의 첫번째 현안이다.

장쩌민(강택민) 주석은 동남아 국가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서 중국 당국이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이 이를 평가해줄 것을 요구
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중국의 역할이란 수출부진 등 중국측 사정에도 불구하고 인민폐를
평가절하하지 않고 있는 것.

중국은 그대신 일본 엔화의 급속한 가치하락을 막는데 미국이 최선을 다해
달라는 주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서도 엔화 추락 저지는 상당히 시급한 과제다.

지난 18일에는 서머스 미재무부 부장관을 일본에 파견, 의견조율을 가졌고
20일엔 "G7+아시아국 재무차관 회담"을 도쿄에서 갖는 등 엔 추락을 방지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더욱이 위안화의 절하를 억제하는 것은 아시아 위기 재연을 막아야 하는
미국으로서도 적지 않은 이해가 걸린 문제다.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 20일 "중국은 위안화를 절하해서는 안된다"고 발언한
것도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클린턴이 베이징에서 엔 하락과 위안화 절하 문제에 대해 어떤 수위의
발언을 할지, 또는 구체적으로 중국과 어떤 합의를 만들어 내느냐의 여부에
따라 특히 아시아국들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걸린 이해도
적지 않다.

중국의 WTO가입 문제도 현안중의 하나다.

이번 회담에서 가입시점을 명시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양국 정상은 "중국의 WTO가입 필요성을 인정하고 중국의 대외개방 정도에
맞춰 가입 협상을 진행한다"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전망이다.

이밖에도 미국으로서는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 확대와 수입 관세 인하
문제, 중국으로서는 대미 수출쿼터 확대와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이전
금지조치 해제 등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 문제는 상호간 입장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미봉할 가능성이 높다.

입장만 개진하고 대답은 다음에 듣자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내 여론을 의식해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표명할 것으로 보이고,중국으로서는 인도와 파키스탄 핵실험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확인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든 민감한 정치문제에 대한 발언의 수위를 낮춤으로써 모처럼의
미.중간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지난해 11월 장쩌민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양국이 합의한 "건설적, 전략적, 동반자적 관계 설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을 이번에 한단계 발전시켜야 한다"며 다소 환영일색의 논조를 일제히
펴고 있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 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