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투자협정에 대한 양국정상의 합의는 대통령 방미성과중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투자협정은 대통령방미를 앞두고 갑자기 부상한 것은 아니다.

지난 94년 미국측의 제의로 한.미 현안으로 부상했다.

당시 정부는 미국측의 시장개방요구에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보고 지금까지
미뤄왔다.

이번에 전격적으로 성사된 것은 4년전과는 우리 입장이 판이해졌기 때문이다

IMF체제에서 시장개방은 필연적이고 한푼의 외자라도 빨리 끌어들여야
경제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 시점에 미국과 투자유치를 위한 상설 파이프라인을 구축키로 한 것은
실리적으로나 상징적으로 의미가 크다.

외자와 함께 수출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의 구조에 비춰볼 때
경제국경을 허물수록 유리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은 "세계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우리 처지에선 어떻게
하든 보호주의 확산을 막아야한다"면서 "시장개방, 투자유치는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 한.미투자협정 주요내용

투자전단계부터 내국인대우를 해준다는 내용이 협정에 명시될 것이다.

이 부분이 기존의 투자보장협정과 다른 점이다.

투자 사후는 물론 사전보장까지 하겠다는 뜻이다.

외교통상부는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투자분야를 뺀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하기위해 시장조사나 상담에
나서는 단계부터 한국기업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이는 투자에 관한한 미국과 한국간에 국경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투자제도의 투명성제고 조항도 포함된다.

국가안보나 정변등을 이유로 투자한 미국기업에 대해 제재조치를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될 것이다.

물론 예외조항을 두고 불가피한 경우에 대한 내용이 협정에 명시되겠지만
최소한도에 그친다.

투자기업의 송금에 대해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수준으로 보장해
줄 것이다.

비즈니스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한국법원, 당사자간 해결,국 제분쟁해결기구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지적재산권 보호조치도 선진국수준으로
보장될 것이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협정을 앞장서서
실행하면 문제없다고 본다.

<> 협정체결효과

[ 한국 ]

아직 미국기업들은 한국정부와 재계의 행정이나 경영관행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있다.

협정이라는 나라간 보증수표를 발행함으로써 미국인투자자들에게 한국투자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다.

현재 한국입장에선 "신뢰회복"이 가장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미국기업의 첨단기술과 한국기업의 생산기술 및 마케팅기술을
결합하는 전략적 제휴를 모색할 수 있다.

이것이 성사될 경우 한국기업의 경쟁력확보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경제와 안보를 엮어 보겠다는 국책차원의 포석도 깔려있다.

"통일이후를 대비, 한국에서의 미국의 경제적인 이해를 극대화함으로써
한반도 안정에 기여하게될 것"이라는 외교통상부의 해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 미국 ]

한국에서 미국기업인들이 내국인대우 및 최혜국민대우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경우 동아시아시장에서 확고부동한 교두보를 구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은 투자분야를 시작으로 한국시장을 급속도로 개방시키고 나아가
동아시아시장 전체에 개방무드를 조성하는 지렛대로 한국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협정을 통해 미국은 냉전이후 느슨해진 동북아지역과의 안보유대를
경제분야로 대체하는 효과까지 노릴 것이다.

그 결과 다음 세기에도 동북아질서를 재단하는데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춧돌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