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미국방문을 통해 대북정책을 포함한 통일.외교 분야에
있어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

우선 대북정책에서 한.미 공조체제를 굳건히 다졌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김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요체인 햇볕론과 정경분리원칙을 공식적으로 천명,
미국 정부를 비롯한 각계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햇볕론은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북한 연착륙.포용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한.미정상은 대북정책에 대한 인식의 일치를 확인했다.

또 남북대화와 4자회담은 병행추진돼야 하며 남북관계개선과 북.미관계의
진전이 조화롭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서도 견해를 같이했다.

이를 통해 김 대통령은 지난 문민정부시절 대북정책 관련 정세 인식과
대처 방안의 차이로 파생된 껄끄러웠던 한.미관계를 완전 청산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정상회담후 임동원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4~5년간 대북정책을 둘러싼
양국의 불편한 관계를 말끔히 해소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계기는 김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경제 제재 조치를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을 요청한 데서 비롯됐다.

미국은 대북 경제제재 완화문제에 대해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클린턴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김 대통령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원칙을 재삼 확인했다.

지난 94년 북.미 핵합의 이후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경제제재
해제문제를 김 대통령이 스스로 제기함으로써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운신의
폭을 넓힌 셈이다.

남북한 간에 요즘 화해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김 대통령의 이같은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김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전향적인 접근 자세를 취하자 북한도 이에 상응,
교류 협력은 물론 남한과 대화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유엔사와 북한이 지난 91년이후 중단된 장성급 회담을 재개키로
한 것이나 16일 판문점을 통해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이러한 영향 때문이다.

대북 경수로 건설비 분담금과 관련, 김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의무 이행
"약속"을 얻어 낸 것은 또 하나의 외교적 성과다.

미국은 그동안 경수로 건설 총 사업비의 10%인 분담금을 "다 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 대통령은 이에 미국의 책임과 역할을 주장함으로써 한국의 추가부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시키는 개가를 올린 셈이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