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시세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백40엔을 넘어서 7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아시아와 호주등의 통화와 주가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엔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우리나라 상품의 수출경쟁력이
추락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통화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장이 시작되자마자 달러당 1백40.20엔으로
거래가 시작돼 장중한때 1백40.73엔까지 떨어졌다.

엔시세가 달러당 1백40엔을 넘어서기는 지난 91년6월17일 이후 7년만이다.

이날 엔화 하락은 9일 열리는 선진7개국(G7) 재무차관 회담에서 "러시아
경제 회생방안이 집중 논의되고 엔화문제는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는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의 지난 6일자 발언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
했다.

또 미.일 양국이 달러당 1백50엔까지는 엔약세를 방치할 것이라는 국제
금융가의 루머도 한 요인이 됐다.

엔화가 1백40엔을 넘어서자 이날 마쓰나가 히카루 일본 대장상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달러당 1백40엔은 비정상적인 것인 만큼 엔화 하락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시장 분위기를 돌려놓기엔 역부족
이었다.

서울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말 보다 달러당 4원 오른
1천3백99원을 기록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

한국은행과 산업연구원(KIET) 등은 그동안의 엔화하락으로 원하하락 효과가
이미 상쇄된데 이어 더이상 엔저가 지속되면 일본과 경합하는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엔화급락으로 호주와 대만의 통화가 각각 11년과 12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아시아지역의 통화와 주가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태국 바트화 가치는 이날 각각 2%씩 하락했다.

그동안 외환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던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필리핀
페소화, 싱가포르달러, 대만 뉴타이완달러, 호주 달러도 이날 1-2%씩
떨어졌다.

아시아각국 증시도 대부분 0.6-2.6% 빠지는 약세장을 보였다.

싱가포르 STI지수는 장중 한때 2.6% 떨어졌으며 필리핀 종합주가지수는
1.4% 하락으로 마감됐다.

< 정규재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