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후 정부의 구조개혁에 대한 방향이 드러났다.

요점은 "강하고 빠르게"다.

이는 이미 수차례 언급됐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엔 말로만 맴돌았다.

이제는 구체적 실천을 하겠다는 점에서 다르다.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 1백일 기자회견과 정부의 태도를 종합하면 구조개혁
시나리오는 어느정도 드러난다.

지방선거승리를 바탕으로 정개를 개편한뒤 기업과 금융구조개혁을 조속히
마무리한다는게 핵심이다.

1차적으로 부실기업과 금융기관을 퇴출시킨뒤 회생가능한 기업 및 금융기관
을 위한 대책을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이와관련, 1차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기업을 회생시키고
실업을 해소할 "혁명적 대책"이 나올 것이란 소문도 무성하다.

정부의 이런 시나리오가 맞아떨어지면 우리경제는 급격히 회생의 길목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조개혁 시행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을 해소하지 못하면 지금보다
더한 수렁에 빠질 우려가 높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구조개혁성공 =5대재벌을 포함한 퇴출대상 기업 명단이 오는 20일 일괄
발표된다.

이들 기업에 대한 퇴출작업이 급속도로 진행돼 기업구조조정이 어느정도
마무리된다.

이와함께 금융구조개혁도 본격화된다.

개정된 예금자보호제도를 계기로 금융권은 시장원리에 의한 대개편이
시작된다.

만일 금융기관구조조정이 7월까지 원활히 마무리되면 신용경색도 급격히
해소될 전망이다.

즉 우량대형금융기관들이 여유있는 돈을 회생가능한 기업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주게 된다.

그렇게되면 기업들의 자금난도 숨통이 트이게 되고 대출금리도 내려간다.

돈이 흐르기 시작하면 실업의 고통도 어느정도 해소돼 노농계의 불안요소도
사라진다.

이와함께 국제신인도도 급격히 상승, 김 대통령의 공언대로 1년안에 IMF
(국제통화기금)체제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잡게 된다.

<>구조개혁실패 =강하고 빠르게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신용경색
은 지금보다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또 5대그룹의 퇴출대상 계열사의 명단이 발표되면 5대그룹전체도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

더욱이 예금인출에 시달리는 일부 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여신을 거둬들일
수 있다.

이것이 맞물리게 되면 신용경색은 공황으로 발생하고 금융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이른다.

당연히 멀쩡한 기업도 자금난에 휘말리게 되고 연쇄부도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렇게되면 국가신인도회복은 물론 IMF체제극복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대책 =중요한건 구조조정과정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신용경색의 신속한
해소다.

이를 위해선 퇴출대상 기업 및 금융기관과 회생대상 기관을 명확히 분류해야
한다.

퇴출대상 기관은 신속히 퇴출시키되 회생이 가능한 기관에 대해선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결국 정부가 추구하는 "강하고 빠른 구조개혁"의 성공여부는 신용경색을
얼마나 빨리 해소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