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은행의 부실기업강제퇴출에서 비켜가는 듯했던 5대그룹이 바짝 긴장
하고 있다.

금감위가 5대그룹도 예외없이 부실징후기업을 가려내 정리하기로 방침을
바꾼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재계의 관심은 5대그룹중 어느기업이 퇴출기업으로 판정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물론 퇴출기업선정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5대그룹은 당장 최근연도의 경영실적을 감안해 은행이 계열 기업부실여부를
단순잣대로 따질 경우 그룹별로 2~3개이상의 기업은 당장 퇴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최근 추진하고 있는 외자유치 및 매각협상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그룹의 일부 주력사가 부실징후기업으로 판정나 대외신용도
가 급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5대그룹은 주거래은행과의 협의를 통해 자본금 및 매출규모가 적어
기업퇴출에 따른 후유증이 비교적 덜한 기업을 자발적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다른 계열기업과 사업연관이 적은 부실기업이 일차적인 정리대상
으로 꼽힐 전망이다.

다만 현재 매각협상이 상당히 진전된 계열사의 경우 은행과 금감위의
양해를 얻어 퇴출기업선정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그러나 5대그룹의 경우 은행이 합리적인 판정기준에 따라 퇴출기업을
선정한다 해도 해당기업의 존립자체가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어서 해당
기업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부실판정을 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국내업체간 "빅딜"을 통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왕 정부 정책에 쫓겨 부실기업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5대그룹간
자발적인 사업교환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인 어려움때문에 흐지부지됐던 5대그룹간 빅딜 논의가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재개될 것이란 관측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서 현재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구조조정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실천을 통해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다른 30대그룹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은행으로부터 무리한 부실징후기업판정을 하지 않겠다는 귀띔을 받고
안도했던 5~6개 그룹은 상황이 바뀌면서 그룹존립을 위협할 메가톤급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금감위에 의해 강력한 부실판정기준이 새로 나올 경우 생존여부가 불투명
해서다.

특히 5대그룹이 정부의 뜻에 따라 1~2개의 정리대상기업을 내놓을 경우
다른 그룹도 선택의 여지없이 자발적으로 퇴출기업을 선정해야할 처지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