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식혜" "P&G 호박주스" "네슬레 김치"

국내 제과및 음료사업을 주도해온 해태그룹이 끝내 해체운명을 맞자
유통업계에 이런 자조적 농담이 나돌고 있다.

언젠가는 다국적기업이 국내 식품시장을 장악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공포감
같은게 담겨 있다.

동시에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해태가 국내 유통산업을 지켜주지 못한데
대한 원망도 짙게 깔린듯하다.

사실 해태는 부라보콘 맛동산 갈아만든배 등 한국인이면 누구든 한번쯤은
먹고 마셔본 제품들을 생산해 왔다.

웬만한 기업은 이중 하나의 제품도 갖기 어려운 빅히트 브랜드를 수십개나
양산, 인기를 누려 왔다.

그러나 이제 해태제과가 알려진대로 네슬레에 넘어가면 해태부라보콘은
앞으로 "네슬레 부라보콘"으로 그 이름이 바뀔지도 모른다.

이어 "네슬레 김치"가 나올날도 머지 않은것 같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해태만의 멜로드라마로 끝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IMF한파 이후 외국 유통업체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시장을
파고드는 지금 경영미숙으로 이들과 경쟁해야할 국내기업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어서다.

해태그룹도 최근 부도를 내고 사라져간 여타 그룹과 경영행태에서 다를바가
전혀 없었다.

IMF한파 영향도 있겠지만 역시 근본적 원인은 문어발식 경영 때문이었다.

승승장구해온 해태는 인켈 나우정밀을 인수하는 등 무리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다 자금난에 봉착, 발목이 잡혔다.

해태그룹 계열사중 경쟁력을 가진 기업은 프로 야구단인 해태타이거스 하나
뿐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이다.

해태그룹의 해체는 30대그룹이란 빛좋은 "허명"보다는 글로벌시대에 살아
남을수 있는 경쟁력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한번 일깨워준 "사건"이다.

김영규 < 유통부 기자 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