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과연 구조조정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까"

요즘 증권사 국제부에 걸려 오는 전화는 이런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전화를 거는 사람은 외국의 펀드매니저들이다.

최근 진행된 일련의 조치가 그들의 생각하는 구조조정과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새한종금의 경우를 보자.정부는 당초 국영기업을 민영화를 촉진시키겠다고
국내외에 공표했다.

그러나 거평그룹이 부도위기에 몰리자 산업은행이 다시 새한종금을
인수했다.

동아그룹 처리도 마찬가지.김대중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부실기업을 과감히 정리, 국가신인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믿은 외국인들은 동아그룹은 정리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분석과는 달리 동아그룹은 보란듯이 약1조원의 협조융자를
약속받았다.

이같은 과정을 지켜본 외국인들은 썰물처럼 한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 한도가 폐지된 지난 25일 첫날 하루를 제외하곤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빗나간 구조조정"이 빚어낸 결과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외국인들은 6월이후 진행될 부실기업 퇴출에도 회의적이다.

이미 "실제 퇴출당할 기업은 많지 않다"는 정부의 언급까지 나왔으니
그들을 나무랄 수도 없다.

한국증시의 장래는 외국인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한국에 등을 돌리면 증시가 공황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부가 외국인을 내몰고 있다"는 외국계 증권사 영업담당자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시기다.

< 박준동 증권부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