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외환위기와 닮아가는것 아닌가.

주가붕락과 겹쳐 엔-달러환율마저 급등세를 보이면서 이런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비록 외환보유액이 3백억달러를 넘어섰고 원-달러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의 금융위기를 감안하면 작년과 같은 사태로 발전하는건 시간
문제라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국내금융및 외환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상황으로만 보면 현재 금융위기는 작년 외환위기와 다르다는게 일반적
인 시각이다.

작년에는 외환보유고 고갈로 인해 외환위기가 표면화됐고 이에따라 기업및
금융기관부실화가 촉진됐다.

올해는 외환쪽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

그러나 통상 외환위기전에 금융위기가 도래한다는게 세계적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 제2의 외환위기도 피할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작년 외환위기와 현재 금융위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외환보유액과 환율
추이다.

지난해의 경우 한보 삼미 기아등이 잇따라 부도처리되면서 국가신용도가
추락했다.

여기에 동남아통화위기가 가세하면서 외국인들의 한국탈출이 러시를 이뤘다.

이로인해 지난해 11월말 가용외환보유액은 76억달러로 바닥을 드러냈다.

원-달러환율은 끝없이 상승했고 국가부도가능성도 제기됐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처방으로 한 고비는 넘겼지만 금융기관과 기업의
집단부실화라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비하면 현재 외환사정은 안정돼 있다.

지난 15일 현재 가용외환보유액은 3백14억8천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원-달러환율도 달러당 1천3백90원대에 머물고 있다.

외국인들의 탈출기미가 있지만 본격화됐다고 속단하기도 힘들다.

환율에 영향을 줬던 인도네시아사태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따라서 작년처럼 제2의 외환위기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는 아직은 이른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금융위기는 또다른 점에서 심각성을 안고 있다.

기업부실이 금융부실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기업부실로 연결되는 "복합
불황"의 악순환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다.

IMF 처방이후 국내기업의 허술함은 그대로 드러났다.

금융기관의 문제점도 적나라하게 들춰졌다.

이는 돈흐름이 두절되는 신용경색을 초래했다.

즉 기업부도를 겁내 은행들이 기업에 대출을 하지 않음에 따라 금융시스템이
마비상태에 빠졌다.

이는 다시 기업부실을 촉진시키고 기업부실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및 기업구조조정을 빨리 추진하면 되겠지만 아직은 성과가 없다.

여기에 노동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민주노총은 2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1.4분기 성장률이 -3.8%로 고꾸라진 마당에 노동계마저
파업에 돌입하면 결과는 뻔하다.

더욱이 엔-달러환율마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원-달러환율상승은 많은 파장을 미쳤지만 수출증진에 기여했다.

지금 오직 수출만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형편이다.

만일 엔-달러환율급등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은 국내경제는 회복불능상태
빠져들지도 모른다.

이런 복합불황이 지속될 경우 제2의 외환위기가 초래되는건 필연적이다.

외국인들이 빠져 나가면 환율은 오르고 주가는 더 떨어진다.

국가신인도는 더욱 하락하고 다시 외화조달에 문제가 생긴다.

더욱이 외환보유액도 IMF 등으로 빌려서 쌓아놓은 것이고 다시 외채를
상환해야할 입장이다.

이렇게보면 현재의 금융위기는 작년 외환위기와 다른건 분명하다.

그러나 대응이 늦어질 경우 겉잡을수 없는 외환위기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