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이 소리없이 울고있다.

쌍방울은 법원의 화의결정시한을 불과 5일 앞둔 채 눈물을 머금고 법정
관리로 돌아서야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여동안 개시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온갖 힘을
다했으나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위기의 회사가 황금같은 7개월을 허송한 셈이다.

법정관리로 변경신청한 지 이틀만인 21일 재산보전처분이 나긴 했으나
그저 아쉽기만 하다.

이 회사의 화의개시여부에 대한 법원 결정시한은 오는 24일이었다.

이는 개정화의법이 정한 3개월의 처리시한에 따른 것.

그런데 쌍방울은 마지막 5일을 기다리지 못했다.

이유는 화의개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하루 빨리 회사를 재건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회사 상황이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쌍방울의 해명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주변의 분위기다.

무엇보다 쌍방울은 서울지법이 화의개시의 상한선으로 정한 은행권 여신
2천5백억원에 못미치는 기업이다.

금융기관 의견조회도 미도파나 뉴코아와는 달리 기각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었다.

금융기관도 "조건부 동의" 의사를 밝혔다.

외자유치와 무주리조트 매각협상도 화의개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서둘러 법정관리를 신청한데는 다른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법조계는 해석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불투명한 화의개시기준과 번거로운 각종 절차탓이다.

먼저 화의법개정으로 처리가 지연되는가 싶더니 채권자협의회 구성문제로
한 달을 소비했다.

주거래은행과 최다채권 은행 모두 대표채권자 자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간신히 설득한 J종금마저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자격미달로
탈락.

이렇게 지난 3월 한달을 꽉 채웠다.

금융기관 의견조회도 법원이 당초 입장을 번복하면서 다시 각 채권자별로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해 차일피일 미뤄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개정법에 따라 신설된 회사관리위원회의 첫 번째
심리를 받아 단 3일만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여기다 지난 12일 법원 사상 처음 열린 전국 회사정리사건 재판부 회의도
처리방침을 정하지 못하던 재판부를 기각쪽으로 모는 악재로 작용했다.

이 자리에서 상당수 법관들이 쌍방울은 대기업으로 분류돼야 하며 화의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똑같이 도마에 올랐던 T정밀이 이미 개시결정이 내려진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쌍방울로서는 억울한 대목이다.

법원은 최종결정시한을 1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장고끝에
기각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법정관리로 유도했다.

결국 쌍방울은 개정화의법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