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따른 최종부담은 결국 국민들의 몫이 됐다.

20일 정부발표에 따르면 국민들은 내년까지 가구당 1백만원이 넘는 세금을
더 내야 한다.

높은 실업률과 고물가에 세금증대라는 짐이 하나 더 얹힌 셈이다.

금융기관의 부실영업과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못한 정부의 정책실패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된 것이다.

기업들이 방만한 차입경영과 무분별한 확장전략을 추구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된 사실
자체가 모든 국민의 책임이다.

고도성장기에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한 대가를 국민들이 나눠 갖는다고
보면 맞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구조조정이라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신속하게
이뤄 내는 것이다.

나아가 국민들의 부담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정책당국자들은 이같은 기대에 부응할 책임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까지 예금자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못한 재정경제부의
행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당초 시행일로 예정됐던 지난 4월1일 이후 50여일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이 사이에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고금리를 앞세워 수신경쟁에 뛰어들었다.

만약 이들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예금대지급 비용은 역시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말로만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겠다고 떠들게 아니다.

또 과천종합청사에서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며 일하는 공무원들은 서민들의
고통이 훨씬 더 심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조일훈 < 경제부 기자 ji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