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무역자유화 협상을 둘러싸고 아시아 국가들간에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이 적극 찬성 입장인 반면 말레이시아등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있다.

최근에는 아시아 국들간에 편가르기 양상까지 나타날 정도다.

"지지파"의 선봉장인 일본은 진작부터 포괄적인 무역 자유화 협상에
찬성한다고 밝혀왔었다.

오부치 게이조 일본 외상은 "아시아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더욱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무역자유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은 이미 2000년 WTO체제에서 착수될 포괄적인 자유화 협상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동아시아 국가들도 전세계 무역자유화를 위해
적극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96년 1차 WTO총회를 주최했던 싱가포르도 "무역자유화의 폭을 넓히는
것만이 아시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일본을 거들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국들중 통화위기권에 속해있는 나라들은 무역자유화를
논의할만큼 한가한 형편이 아니라며 완강히 버티고 있다.

쌍심지를 세우고 있는 국가는 말레이시아.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최근 이집트에서 열린 15개 개발도상국(G15)정상회담에서도 밀레니엄
라운드로 불리는 신무역자유화 협상을 저지하겠다며 치열한 외교작전을
펼쳤다.

말레이시아 외무부도 "현 단계에서는 새로운 무역자유화 협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말레이시아의 공식 입장"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있다.

인도네시아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더욱이 인도네시아는 지금 무역문제를 쳐다볼 겨를도 없다.

찬반 양진영에 끼여 눈치를 보고있는 중도파도 있다.

필리핀은 아직까지 밀레니엄 라운드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내 고위 무역 관리들은 "WTO가 새로운 무역자유화 협상을
벌이기 앞서 우루과이 라운드때 이뤄진 합의사항부터 이행하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반대쪽에 다리를 걸쳐놓고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아시아 금융위기국들이 현재 심각한 혼란에 빠져 있는데다
지난번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이 86년부터 94년까지 무려 8년이나 계속된데
진력이 났기 때문에 이지역 국가들에서 반대가 많은 것도 당연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