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과 회계법인들이 외부감사수수료를 둘러싼 다툼으로 법정기한내에
회계감사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을 포함한 상장법인이 회계감사계약을 제때 체결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 등 12월말결산법인들은 외부감사법에 따라 매년 5월15일까지
외부감사인(회계법인)과 감사계약을 체결하고 계약내용을 증권감독원에
신고해야된다.

그러나 이 법정기한일까지 계약이 성사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삼일을 비롯한 국내의 대형 회계법인들은 책임있는 회계감사를 하기
위해선 감사수수료를 은행자산규모별로 5~10배정도 올려야 될 형편이라고
주장해왔다.

한 회계법인관계자는 "IMF체제이후 합작관계에 있는 외국의 유명회계법인
으로부터 감사인증까지 받아야 되기 때문에 감사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은행 관계자는 "보다 정밀한 감사를 위해 회계사의 인원과
시간투입이 많아질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10배정도의 인상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발해왔다.

양측의 대립으로 법정기한이 지나감에 따라 증권감독원은 계약을 촉구하는
"권고공문"을 일단 보내기로 하고 이달말까지 계약내용을 신고하지 않으면
"직권지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직권지정이라는 것은 증권감독원이 강제적으로 은행들에 담당 회계법인을
지정해 주는 강제조치다.

상황이 험악해지자 상장사협의회와 공인회계사회가 중재에 나섰다.

은행을 대변할 상장사협의회와 회계법인을 대표하는 공인회계사회가
다음주부터 협의에 들어가 적정한 "수수료 중재안"을 만들어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일종의 "민사 조정"에 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셈이다.

은행과 회계법인들이 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계속 대립할 경우 대외
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양홍모 기자 y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