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로부터 협조융자를 받았던 기업의 운명이 이달안에 판가름난다.

은행들은 부실판정대상기업의 1순위로 협조융자기업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협조융자기업에 대한 운명결정의 파장은 기업자체에만 그치는게 아니다.

이들 기업이 대규모 여신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은행은 물론
나라경제 전체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전후한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은행들로
부터 협조융자를 받은 기업은 총 11개에 이른다.

이들 기업에 은행들이 취급한 협조융자금액만도 총 2조3천3백25억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수준이다.

특히 화성산업을 제외한 10개그룹은 은행총여신이 2천5백억원이 넘는
대기업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운명은 은행권 전체의 운명과도 직결된다고 할수 있다.

현재로선 협조융자기업이 "회생불가"로 판정받아 퇴출대상으로 몰린다고
속단할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지금까지 분위기를 감안하면 퇴출대상은 아니더라도
"추가 협조융자불가"로 방향이 잡힐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물론 감독당국의 책임자들은 틈만 나면 "협조
융자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이들 기업이 은행권공동의 협조융자없이도 살아날수 있다는 판정을
얻어야만 회생가능기업으로 분류될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관계자들은 이와관련, 협조융자기업을 일률적인 잣대로 재서는 곤란
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즉 은행별로 구체적인 자산부채실사를 실시, 일시적인 고비만 넘기면
살아날 기업은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도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말하자면 협조융자기업의 "선별분리처리"가 은행들의 입장이다.

은행감독원의 시각도 은행들과 비슷하다.

따라서 협조융자를 받은 11개 기업들은 개별적인 회생전망을 토대로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동아건설 채권은행들은 현재 삼일회계법인에 실사를 의뢰해
놓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최종 입장을 결정짓겠다는 입장이다.

해태그룹 채권은행들도 12일 대표자회의를 열어 부채탕감이나 출자전환여부
를 확정할 계획이다.

뉴코아도 현재 법정관리를 신청중이어서 은행들의 손을 떠나 법원의 판단에
맡겨질 공산이 크다.

문제는 물밑에 잠복해 있는 한화 한일 고합 신원 진도그룹 등이다.

이들 그룹은 그동안 협조융자를 통해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에 대해 은행들이 추가융자를 할 것인가의 여부는 아직 속단할수
없다.

금융계에서는 11개 협조융자기업중 절반정도가 살아남지 않을까 추산하고
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