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씨의 아이언샷이 어느날부턴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높이 뜬 볼이 핀을 향해 날아가 사뿐히 안착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멋지고 기분좋은 것.

골프친구 한명이 그 비결을 묻자 다음의 답이 돌아왔다.

"자네들이 보다시피 내 스윙자체가 변한건 하나도 없네.

스윙궤도가 변했다면 질문을 하지도 않았겠지.

변한건 스윙리듬뿐이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운스윙을 아주 천천히 한다는 것만 매번 다짐하고
있어.

언젠가 한번 그렇게 스윙했는데 볼이 기막히게 가더라구.

그래서 그 다음부터 "천천히 시작하는 다운스윙"만 명심하며 치는데 결과는
보다시피 썩 괜찮아"

이렇게 설명한 H씨는 "가끔은 자신도 모르게 스윙이 빨라지며 옛날과 같은
미스샷이 나온다"며 "골프에 빨라서 좋은 건 하나도 없는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얘기를 들은 고수급 골퍼 한명이 명쾌히 덧붙였다.

"그건 아주 값진 깨달음이야.

다운스윙은 클럽이 내려오는 게 다른사람 눈에 확연히 보일정도로 천천히
하는게 이상적이지.

그렇게 내려와도 임팩트존에서는 헤드 스피드가 다 발휘되며 거리를 내거든.

그런데 거기에도 함정은 있어.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면 백스윙도 살살 돌리게 돼.

"천천히"와 "작은 회전"이 같은 느낌이 되는 것이고 그런 생각은 백스윙을
도중에 스톱시키곤 하지.

백스윙을 완료하지 않으면 아무리 스윙을 천천히 해도 미스샷이 날껄.

하나를 깨달은후 그것 때문에 다른걸 지키지 않아 샷이 나빠질때 사람들은
감이 없어진다고 말하지만 실은 한가지를 빼먹는 것이야"

< 골프전문 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