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TV대화"는 지난 1월의 첫 대화때와는
달리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김 대통령은 "여는 말"에서 "마음 고생 이루 표현할 수 없다"면서 "오늘
무슨 얘기할지 걱정했다"고 말해 국민들의 "기대치"를 채워줄 수 있을지에
부담을 느끼는 표정이 역력했다.

김 대통령은 한국노총 관계자로부터 노동자만 고통을 전담하고 있다는
격앙된 어조의 질문을 받자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고 준비했다"는 말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했으나 다소 굳은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김 대통령은 대기업과 정부개혁 추진상황을 여러 수치를 들어가며 고통분담
노력을 하고 있다고 길게 설명하면서 "나는 간단하게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초 대표질문자로 "대화"에 참석키로 했던 민노총 관계자들은 이날
불참했다.

김 대통령은 스튜디오 현장 질문을 통해 한 중소기업인이 지원이 잘안되고
있다고 지적하자 "어떤 해결책이 있느냐"며 의견을 되묻기도 했다.

한 참석자가 지난번 국민과의 대화때 월급을 받으면 좋은 일에 쓴다고
했는데 어디다 썼느냐고 묻자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오면서 모처럼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이에 김 대통령은 "월급은 1천5백만원이며 이중 세금으로 1백만원을 내고
2백만원은 반납하고 5백만원은 실업자기금에 예금을 해 7백만원이 남는다"며
"이도 각종 애경사나 어려운 친지를 돕는데 쓰고 하면 좀 모자란다"고 답변,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이날 토론이 끝난뒤 국민회의는 김 대통령이 정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분명하고 구체적인 처방과 대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전반적으로 대통령은 훌륭한데 기업과 정치가 문제라는
식의 자화자찬식 접근법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전경련은 일련의 개혁 프로그램에 민간경제계는 성실하게 동참할 것이라며
기업구조조정이 가속화되도록 금융세제 등 관련제도의 정비와 환경조정에
힘써줄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