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따라 그나마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동남아 인접국 금융시장을 다시
동요시키고 있어 향방이 주목된다.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퇴진과 정치.경제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7일 수마트라섬 메단시에서는 보안군의
시위진압과정에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일부 대학생들은 이미 민병대를 조직해 보안군에 대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류값 인상에 항의하는 메단시 주민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보안군의 발포로 어린이 한명을 포함해 6명이
죽고 80여명이 부상했다.

인도네시아의 반정부시위사태는 대량실업과 물가폭등이 촉발되면서
민생고에 시달리던 시민들이 상점약탈 등을 일삼으면서 시작됐다.

대규모 사상자를 낸 메단시의 시위도 지난 4일 정부의 유류보조금 철폐로
기름값이 최고 70%이상 오르면서 격화됐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출발한 시위는 최근들어서는 이미 7선에 들어간
수하르토 독재체제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민주화운동"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시위에는 노동자 지식인 대학생뿐만 아니라 정권유지의 핵심측인
회교지도자들까지 가담해 "피플파워"를 형성하면서 조직화되는 추세다.

민주운동과 민생폭동이 연결되어있는 양상이다.

시위의 주력인 대학생들은 경제발전을 볼모로 독재.부패정권에 더이상
희생당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내세우고있다.

더욱이 수하르토의 자녀와 측근들이 국가기간산업인 석유 항공 자동차 통신
등 각종 이권사업을 독차지하고 있는데다 부정부패가 극에 달해 시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같은 혼미정국에도 불구하고 수하르토 대통령은 지난1일 2003년까지인
자신의 임기중에는 정치개혁을 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시민폭동 등 반정부시위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9일에는 해외나들이까지 계획하는 등 애써 여유를 보이고 있다.

수하르토는 개발도상국들의 G15그룹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다.

경제위기에 시위정국까지 겹쳐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된 수하르토 대통령이
과연 이 혼란을 수습해 남은 임기를 채울지 아니면 피플파워에 밀려 불명예
퇴진을 해야 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인접국으로의 파장이다.

<김수찬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