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리전트빌딩(IBS)은 지방세의 봉인가.

5일 행정자치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첨단 시설을
갖춘 상업용건물이나 신축 오피스빌딩에 일반빌딩보다 최고 50%나 많은
재산세를 물릴 방침이다.

이유는 인텔리전트 시설을 갖춰 건물가격이 높아진 만큼 세금을 더 내라는
것.

하지만 관련법규가 허술한데다 지자체마다 인텔리전트빌딩 기준이
애매하고 세율도 들쭉날쭉하다.

IMF한파로 가뜩이나 경영애로를 겪는 기업들 첨단건물에 과도한 세금부담을
물리는 것은 고도정보화사회를 추구하는 정부정책에도 역행하는 처사로
지적된다.

이같은 문제점으로 최근 행정자치부나 국세청 각 구청 등에는 인텔리전트
빌딩에 대한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건물주들은 과다한 지방세가 부과될 경우 행정심판 등
불복소송을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이 대표적인 예.

관할 서울 영등포구청은 최근 재산세부과를 위한 실사과정에서 지난 85년
준공된 이 건물에 올해부터 재산세를 중과할 방침이라고 통보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가동되고 냉난방시설 등이 자동관리되고 있어
인텔리전트 빌딩에 해당된다는 이유였다.

최근 서울 등 대도시에 들어서는 고층의 상업용건물은 대부분 냉난방
급배수 방화 방범 등을 위한 자동화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런 설비를 관할 지방자치단체들마다 "보유과세 강화"라는 명목아래
세수증대의 틈새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현행 지방세법 시행규칙 40조3항은 "냉난방 급배수 방화 방범 등이 자동
관리를 통해 이뤄지는 빌딩"을 인텔리전트빌딩으로 규정했다.

웬만한 빌딩은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이 조항에 걸려 재산세 가산세율
(50%) 적용을 받게 돼있다.

한국시스템통합연구조합의 송태의 부장은 "인텔리전트 빌딩은 에너지절감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며 "정부가 정보화사회에 앞장서는 최첨단빌딩을
적극 권장하지는 못할 망정 지방세 중과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올초 인텔리전트 빌딩에 재산세중과 방침을 일선 25개
구청에 지시했다.

이후 구청들은 현재 세금부과를 위한 현장조사를 마친 상태.

다음달초에 재산세가 고지되면 관련기업들의 재산세부과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일부 기업은 헌법재판소에 관련법규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헌법소원도 낼
방침이다.

<정구학. 김동민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