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업은 민영화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28일 오후 기획예산위원회 1층 회의실.

농수산물유통공사 간부들은 기획위 관계자로부터 쏟아지는 질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기획위가 비밀리에 벌이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방안 확정을 위한 현황청취".

지난 20일부터 시작해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한국전력 등 26개 정부투자및 출자기관중 하루에 3~4개사의 간부들이
기획위에 불려오고 있다.

"제목은 현황청취이지만 사실상 민영화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청문회같아
공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기획위에 다녀온 모 정부투자기관 간부의 얘기다.

기획위는 현재 청와대옆 종로구 통의동 코오롱빌딩에 입주해 있다.

기획위를 다녀온 공기업 간부들은 기획위 1층 한켠에 있는 회의실을 일명
"공기업 살생부 작성실"이라고 부른다.

질문도 주로 <>공기업으로서 존재할 이유 <>유사업무를 취급하는 국내외
민간기업과의 경쟁력 비교 <>민영화전환시 수익성 등이다.

"마치 민영화를 하라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답변에 애를 먹은 공기업 간부들이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내부대책회의를
소집, 기획위 분위기를 심각하게 전하면서 털어놓는 말이다.

공기업 경영혁신 대상에 포함된 회사는 현재 26개 정부투자.출자기관과
출자회사를 포함해 모두 1백8개사.

이들 공기업은 현재 8개 부처를 통해 이달말까지 기획위에 경영혁신 자료를
내야 한다.

또 감사원의 특감도 받고 있다.

공기업들은 이런 와중에서 기획위 현황보고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 일부 투자기관들은 일부사업을 외국투자가들에게
팔겠다는 복안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 매를 맞기 전에 작은 매를 스스로 맞겠다"는 생존전략이다.

어떤 공기업의 간부는 1시간 남짓되는 보고시간에 책 몇권 분량의 현황을
보고하다가 기획위로부터 "보고서부터 개혁하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기획위 관계자는 "오는 6월말까지 공기업 민영화방안을 확정하는데 이번
현황청취가 중요한 자료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위는 올하반기 민영화대상 공기업을 국제입찰등을 통해 매각할 방침
이다.

< 정구학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