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미국 10위의 다국적기업 필립모리스에는 작은 "사건"이 있었다.

동양인이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책임자를 맡게 된 것.

지금까지 이자리는 "백인전용"이었다.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이 포함된 고성장 전략시장을 진두지휘하는 막중한
자리여서다.

"사건"을 일으킨 주인공은 송덕영(송덕영)필립모리스 초대 한국지사장(54).

경기중 고교,미국의 명문 일리노이대와 왓튼스쿨(MBA)을 졸업한 송사장은
83년 아 태지역 본부(홍콩소재)개발이사로 필립모리스에 입사했다.

그후 꼭10년만에 아 태본부 수장에 오른셈이다.

송사장은 이날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 필립모리스내 유일한 동양인
사장이란 기록도 세웠다.

IMF이후 한국기업들이 ''미국식 경영개혁''에 나서면서 미국 최우량 기업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경영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건삼 뱅커스트러스트 서울지점장을 행장으로 앉힌 중소기업은행처럼
선진경영에 익숙한 외국기업의 한국인 경영자를 스카우트해 기업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다국적 기업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경영진도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국제감각과 전문성을 겸비한 미국 MBA 1세대 한국인들이 40-50대에
접어들면서 임원대열에 합류하고 있기 때문"(송덕영 사장)이다.

세계2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업체인 퀀텀의 손영권 사장(42)도
그런 케이스다.

손사장 역시 팬실베니아대학,MIT경영대학원을 거친 명문MBA출신이다.

손사장의 현재 공식직함은 퀀텀 데스크톱및 휴대형저장장치
그룹(DPSG)사장.

회사전체 매출(52억달러)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부문이다.

손사장이 차기 CEO물망에 오르내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손사장은 전 직장인 인텔사에서 입사 6년만인 28세에 초대 인텔코리아
지사장(이사급)으로 부임,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아침을 먹어야 공부를 잘한다"아침식사의 중요성을 강조, 씨리얼 매출을
크게 늘린 켈로그의 대표적 성공마케팅이다.

이 마케팅전략을 개발한 사람은 한국인이다.

이종석 켈로그아시아(일본포함)마케팅 총책임자겸 한국지사장.

재미교포인 이사장은 켈로그의 전세계 마케팅전략을 결정하는 최고의사
기구(국제마케팅커미티)4명의 멤버중 한명이다.

켈로그의 국제화, 투자전략에서 증자여부까지, 제반 경영사안을 결정짓는
테스프포스팀에도 속해 있다.

세계적인다국적기업 켈로그의 경영전략을 좌지우지하는 그의 나이는
불과 35세.

켈로그내 백인 직원들사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초고속 승진기록이다.

"포스트잇 견출용지".

서류분류등에 활용할수 있도록 고안된 3M의 매출고성장 신상품이다.

이 사업의 책임자는 신학철이사(41)다.

신이사는 한국3M에 입사, 미국 본사 임원으로 발탁된 흔치않은 사례다.

한국3M에서 소비자제품을 총괄하던 신이사는 지난 95년필리핀지사
사장으로 승진, 3년만에 매출을 2배이상으로 불려놓았다.

덕분에 지난 2월 본사의 포스트잇 견출용지 사업 책임자로 승진했다.

신이사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서 임원으로 활약하는 한국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재미교포 2세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들어서는
미국에서 현지취업한 유학파나 한국지사를 통해 발탁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노혜령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