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혼조"의 책임소재와 정계개편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여권은 한나라당의 "발목잡기"로 정부여당이 경제살리기에 매진할 수
없다며 연일 정계개편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정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본질은 "부실한 이원적 집권
행태"에 있다며 정계개편 저지투쟁의 수위를 높일 것을 다짐하고 나섰다.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은 24일 경기도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상당수 한나라당의원들이 민심에 따라 한나라당을 떠나려 하고 있다"며
"여러명의 하나라당 의원들이 곧 정치적 행동을 가시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행의 이같은 언급은 전날 김대중 대통령이 "나라를 망하게 한
한나라당이 발목잡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계개편을 강력
시사한데 이어 나온 것으로 야권에서는 정계개편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국정운영에 있어서 야당으로
부터 더이상 협조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동안 자제해온
야당의원 영입을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내달 10일로 예정된 김대통령의 "국민과의 TV대화"때까지 한나라당의 국회
과반수 의석을 허문다는게 1차 목표라는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국민회의 박병석 수석부대변인은 간부간담회 직후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우리당 문을 두드리는 것은 병이 깊어가는 거대야당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며 "한나라당 지도부는 민심이 "비만야당"을 떠나고 있음을
자각해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한나라당은 이날 "야당파괴저지 비상대책위"와 총재단회의,
의원총회, 긴급 총재 기자회견을 잇달아 열어 대여 총력투쟁 방침을
확인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의총에서 김대통령의 발언을 "실정을 호도하려는
안하무인격 태도"로 규정하고 정계개편 기도를 분쇄할 것을 천명했다.

오는 27일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갖고 여권의 야당파괴 공작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국민에게 알리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조순 총재는 회견에서 "금융개혁이다, 재벌개혁이다 말은 많지만 하나도
제대로 추진되는 것이 없으며 여권에서조차 5월 대란설이 유포되고 있다"며
"이런 상태를 몰고온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이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조총재는 또 "야당의원 빼내기를 통한 정계개편은 3김시대로부터 물려받은
악습"이라며 "진정한 정계개편은 여권 내부 개편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삼규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