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에 발목이 잡혀 하루가 급한
부실채권 정리를 미루는 사태가 발생했다.

20일 금융계와 성업공사에 따르면 제일은행은 오는 22일 계약체결을 앞두고
1조원이상의 부실채권을 매각하려던 당초 계획을 변경, 6천1백억여원 상당만
팔기로 했다.

이 은행은 부실채권을 많이 팔수록 매각손실이 더 늘어 상반기 BIS비율이
8%이하로 하락, 구조조정압력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담보채권의 경우 성업공사가 채권액의 70%에 매입해 주기 때문에 나머지
30%는 매각손으로 잡힌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중 5억달러이상의 부실외화표시대출을 추가로
매각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원화채권매각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의 이번 결정은 부실채권을 신속히 정리해 경영정상화를 도모
하려는 정부의 금융구조조정계획이 당사자의 "몸사리기" 때문에 수포로
돌아갈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BIS비율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등 국제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성업공사 관계자는 "유시열행장도 처음엔 부실채권을 충분히 팔려고 했으나
은행에 더 오래 남아 일할 실무진의 반대를 모른척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업공사는 매입여력이 충분한 만큼 제일은행이 원한다면 1조원어치 이상을
사줄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일 서울은행은 오는 22일 성업공사와 2차 부실채권매매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매각규모는 제일은행이 6천1백4억원, 서울은행이 1조1천2백82억원으로
실제수령액은 각각 2천9백13억원, 4천9백9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 허귀식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