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미국경제의 대호황도 결국 거품에 불과하다는 소위
"미국판 버블론"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거품"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심각한 붕괴를 겪을 것이라는 경고도 동반하고
있다.

미국의 주가와 부동산가격등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은 낮은 금리의 은행
대출등에 자극된 것일 뿐 점차 한계에 접근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오는 24일자 커버스토리로 "미국의 거품경제"를
다루었다.

이 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에 열린 IMF.IBRD총회의 최대 쟁점은
일본의 경기부양과 아시아 위기였지만 실은 미국의 거품경제가 더 위협적인
문제"라는 과감한 주장을 제기했다.

가토 고이치 일본 자민당 간사장도 지난 18일 "미국의 주가가 거품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거품 경계론"을 제기해 주목을 끌었다.

아직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경제인들이 모이는 곳마다 미국의
거품 가능성이 단연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들이 미국 경제의 거품가능성을 진단하는 근거는 대략 <>증시의 이상열기
<>대규모 합병 러시 <>부동산가격 상승 <>통화량 급증 등 4가지다.

우선 주가를 보자.

다우존스지수는 지난 2년새 65%나 상승했고 올 1.4분기중에만도 15%나
올랐다.

물론 미국의 주가가 오를만한 요인은 충분하다.

미국 기업들의 이익이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인플레율은 제자리
(3월 0%)다.

인플레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업수익의 증가속도라든지 전체적인 성장율로 볼 때 주가상승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 아니냐는 게 경계론자들의 분석이다.

합병열기의 이면에도 거품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합병붐은 주가상승기에 합병차익을 겨냥해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런 목적의 합병은 합병후 기업실적이 뒤따라 주지 못할 경우 주가폭락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세기들어 1900년대초와 20년대, 60년대, 80년대 등
4차례의 합병붐이 있었는데 이중 앞서의 3번은 모두 증시붕괴로 끝났었다.

80년대의 합병붐은 경제불황으로 이어졌다.

거품의 또다른 징후로는 부동산, 미술품 등 자산가격의 급상승을 들 수
있다.

연방주택건설감독청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가격은 96년 3.6%, 97년 4.7%
상승했으며 올들어서도 연율로 5%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부동산투자신탁(REIT) 등 부동산투자 관련 기금이 5년새 3배 이상
늘어나는 과열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양상이 저축대부조합(S&L)업계의 도산사태가 빚어졌던
80년대와 비슷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화량 급증도 바람직스럽지 못한 증세로 보고 있다.

지난 3월말 현재 미국의 총유동성(M3)은 1년전에 비해 거의 10%나 늘어났다.

이는 지난 85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다.

때문에 최근 미국의 인플레율이 거의 0%대에 머물고 있음에도 미국내외
에서는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물론 이같은 경계론을 일축하는 낙관론도 없지는 않다.

미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주장하는 "신경제(New
Economy)론"이 그것이다.

신경제론자들은 90년대들어 미국 경제가 7년째 고성장, 저물가, 저실업의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기업의 글로벌화와 기술혁신에 의한 것"
(스티픈 셰퍼드 비즈니스 위크 편집장)이라고 설명한다.

즉 기술혁신과 글로벌화로 보다 낮은 가격에 보다 고품질의 재화와 용역을
공급할 수 있게 돼 고성장속의 저물가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경제의 실질적인 인플레 압력은 그리 큰 것이 아니고 최근의
주가 및 부동산가격 상승이 거품화할 가능성도 적다는게 이들의 반론이다.

미국경제 거품론의 일각에는 물론 국제경제에서 미국의 독주에 대한 다른
나라의 질시가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일본이 거품론을 제기하는 데는 미국의 경기부양압력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없지 않아 보인다.

그 배경이 어찌됐건 만일 미국경제가 "거품"이라면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경제는 큰 홍역을 치를 수 밖에 없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임혁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