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월가에는 태풍이 일고 있다.

"메가 머저"라는 메가톤급 돌풍이다.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그룹의 총자산 7천억달러짜리 합병 발표에 마냥
놀랄 틈도 없다.

뱅크아메리카와 네이션스뱅크, 퍼스트시카고은행과 뱅크원이 곧바로 뒤를
이었다.

작년말 환율(달러당 1천4백15원)로 치면 한국 전체의 97년 국내 총생산
(2천4백75억달러)과 엇비슷하거나 2~3배이상 큰 규모의 합병이 1주일 사이에
3건이나 터져나왔다.

한쪽에선 은행-증권-보험을 한 울타리 안으로 엮는 "금융 백화점"이
만들어지는 순간에 또다른 쪽에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동부와 서부 해안을
잇는 "대륙 횡단(coast-to-coast)은행"이 탄생했다.

미국 금융계를 전통적으로 규정해온 "영역 전문화"와 "지역 전문화"를
일거에 깨뜨리는 대사건들이다.

몸집을 키우는 목적은 간단하다.

시장을 독식하기 위해서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덩치 불리기 경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다우존스사가 발행하는 인터넷 금융전문지 배런즈 온라인은 체이스맨해튼-
메릴린치의 합병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뿌리를 가진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간의 재결합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껏 덩치를 키운 미국의 금융 공룡들이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을 쥐고 흔들
것이란 점은 이제 더이상 "가능성"이 아니다.

실제 상황이 됐다.

이들의 주요 공략 대상 리스트에는 "금융 후진국"인 일본과 한국이 앞순위
에 올라있다고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기관은 "하이에나"로 불려 왔다. 먹잇감이 조금만 틈을 보이면
순식간에 달려들어 해치워 버리기 때문이다. 한데 이젠 하이에나의 근성에
사자의 덩치, 표범의 날렵함까지 갖춘 "괴물"이 돼버렸다"

한 한국계은행 임원의 말이다.

그 괴물이 한국을 바라보며 군침을 삼키고 있다.

제몸조차 가누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먹잇감을 그냥 놔둘리 만무다.

구조조정이건,개혁이건 한시가 급한 순간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0일자 ).